삼성전자가 기존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까지 상승세를 타며 세계 반도체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8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삼성전자는 전세계 반도체시장에서 91억8,7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을 11.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점유율 10.6%보다 1%포인트 가까이 오른 수치로 1위 인텔(14.3%)과의 격차를 2.8%포인트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서도 주력 사업군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이어갔다. 올해 1·4분기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58억8,200만달러로 3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인 마이크론(22.2%)과의 격차를 10%포인트 이상 유지했다.
삼성전자가 인텔과 퀄컴에 밀려 열세에 놓여 있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올해 들어 다시 반등에 성공하며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1·4분기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29억3,500만달러의 매출을 벌어들이며 세계시장 점유율을 5.3%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4.8%)를 밀어내고 시스템반도체 분야 3위에 오르면서 만년 4위의 설움을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실적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간 선두 인텔과의 격차를 꾸준히 좁혀가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11년만 해도 인텔(15.7%)과 삼성(9.2%)과의 점유율 격차는 6.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2012년 5.3%포인트로 좁히기 시작해 지난해 4.2%포인트에 이어 올해 1·4분기에는 3% 이내로 따라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서는 향후 수년 내에 삼성전자가 철옹성 같던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실적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인텔과 달리 삼성은 가파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이 확고부동한 세계 선두인 메모리반도체를 등에 업고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까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명실상부한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최근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던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와 14나노 핀펫 공정의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맺은 데 이어 올해 말 경기도 화성의 시스템반도체 생산설비인 17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시리즈인 엑시노스 신모델도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반도체사업이 속한 DS 부문을 이끌고 있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메모리사업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사실상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이 강자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지난주에는 김기남 메모리사업부 사장을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으로 임명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하며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