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가격으로 식탁물가 안정에 기여해온 수입 신선식품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식탁 물가에 비상 경고등이 켜졌다.
전반적인 신선식품 물가가 오르는데다 불황까지 겹쳐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반찬이나 과일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밥만 먹고 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식탁 물가‘버팀목’무너져=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수입 농·수·축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필리핀산 수입 바나나 판매가(24일 기준)는 100g당 338원으로 작년(248원)보다 36.3% 상승했다. 러시아산 동태 가격은 한 마리에 2,480원으로 작년(1,600원)보다 55.0%나 올랐다.
중국산 낙지는 생물 기준 1㎏에 2만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7.1% 상승했다. 킹크랩(1㎏)도 지난해에는 4만9,800원이었지만 올해는 20.5% 오른 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호주산 쇠고기 등 축산물도 오름세다. 호주산 척아이롤과 찜갈비는 100g당 2,200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15.8%, 10.0% 상승했다.
이처럼 수입 신선식품 가격이 오른 이유는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 시세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롯데마트는 분석했다. 산지 작황이 부진한 데 소비 수요가 증가해 물량 공급이 부족한 것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FTA 수혜 품목도 올라=문제는 환율하락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던 품목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칠레산 청포도, 미국산 오렌지, 견과류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마트의 칠레산 청포도 가격은 100g당 지난해 698원에서 855원으로 22.5% 상승했다. 이마트의 칠레산 청포도 가격은 900g당 지난해 6,480원에서 올해는 7,900원으로 23%가량 인상됐다. 롯데마트에서 미국산 오렌지는 개당 1,050원에서 1,180원으로 12.4% 인상됐다.
아몬드와 호두 등 견과류도 아직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수입가격 자체는 올 들어 50% 이상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상품은 관세 인하 혜택을 받았음에도 판매 가격이 인상돼 수입업자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FTA 협정에 따르면 칠레산 포도의 계절관세(4.1%) 적용기간은 11월1일부터 4월30일까지다. 이외의 기간에는 45%의 관세가 붙는다. 미국산 오렌지는 올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25%의 계절관세를 적용 받고 그 외에는 50%의 세금이 붙는다. 미국산 아몬드 등 견과류는 8~21%의 관세가 철폐됐다.
◇서민들 밥만 먹는다?=대형마트에서 양곡류를 제외한 신선식품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양곡류는 전년 대비 6.4% 신장했지만 축산물은 7.4%, 수산물은 4.1%, 과일은 12.4% 매출이 줄었다. 롯데마트도 사정은 비슷해 같은 기간 축산물은 11.4%, 수산물은 8.5%, 과일은 12.2% 매출이 빠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황 여파로 고객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식탁을 차리다 보니 양곡류 매출만 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고객들이 반찬이나 후식 없이 밥만 먹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