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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에 추가경정예산안 카드가 또다시 떠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ㆍ민주통합당의 주요 인물들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29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상황을 떠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현 정부의 주요 수장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를 들먹이며 명분을 깔고 여당은 글로벌 경기상황이 악화돼 '필요하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아 추경을 거론했다. 진작부터 추경을 주장해온 야당은 정부여당이 안이하게 대처하다 뒤늦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탓하고 나섰다.
◇정부여당, "지금은 아니지만"=새누리당과 정부의 공식입장은 명확하다. 아직 추경을 거론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추경 여부는 정부가 판단해야 하며 정치권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면서 "민주당이 추경을 주장했던데 그건 빚을 지자는 이야기이고 잘못하면 국가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한국경제는 2008년에 비해 위기대응 능력이 크게 강화돼 대외충격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기에 대비해 집중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지속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신제윤 재정부 1차관과 유럽발 재정위기 대응을 논의한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도 "추경은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 상황을 살펴보고 좀 더 심화되면 논의해야 한다. 지금은 추경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여당은 추경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나 부의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위기로) 국민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가 하반기 희망근로사업을 재조정해 기회를 대폭 늘려주는 노력을 해야 하고 급한 대로 예비비 쪽으로 돌려쓰고 추경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서민 주택마련과 관련해서도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생애 첫 주택마련 조건을 개선하는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대공황 발언'이 위기감을 증폭시킨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그럼에도 추경을 한다면 민생체감을 높이는 쪽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위기는 금융에 당장 영향을 끼치고 있고 금융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크게 흔들린다"면서 "이 원내대표가 추경을 거론한 것은 당장 재원을 투입한다기보다 재원 여력이 있고 투입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줘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정부가 국회의 사전 의결이 필요 없는 기금운용계획 변동을 통해 5조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한 것도 넓은 의미의 추경"이라면서 "정부가 5조원 이상 예산을 투입하려면 추경을 통해 사전에 국회 심의를 거쳐야 부담이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특히 2008년 정부의 위기대응이 환율개입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거시경제지표는 살아났지만 실제 민생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했고 사회 양극화와 정부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곱씹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원ㆍ달러 환율을 올려 위기를 돌파하려면 공공요금 인상과 겹쳐 물가불안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면서 "(환율 해법보다는) 정부가 적극 나서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2009년보다 추경 액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같은 재원이라도 실물에 직접 효과를 내기 위한 사업에 투입하고 부정수급을 솎아내는 작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뒤늦은 호들갑" 질타=올해 초부터 추경을 주장해온 민주통합당은 정부여당의 추경 요구에 뒤늦게 호들갑을 떤다고 꼬집었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난해 말 예산편성 시에 위기극복 예산을 주장했으나 그야말로 무사태평 예산을 새누리당이 밀어붙였고 올해 들어서도 내수진작과 서민경제 활성화 위해 민주당은 추경 편성을 적극 검토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지난 4년 재정적자 예산 편성을 만회하겠다는 도그마에 빠져 들은 척도 안 했다"고 비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오늘날 경제위기는 정부 정책실패에 기인한다"면서 "경제는 심리인데 대통령까지 나서 위기감을 고조하는 정치적 저의가 극히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다만 민주당은 민생 무시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여당과 추경 편성을 협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