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에서 2년 넘게 일했다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면서 진정한 도급계약과 근로자 파견계약(위장 도급계약)을 구분하는 구체적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김모씨 등 7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2년 넘게 근무한 4명의 근로자가 현대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현대차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한 것은 아니지만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근로자 파견관계에 해당해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들은 파견법 관련 규정에 따라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된다"며 "같은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도급인이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업무수행에 관해 상당한 지휘와 명령을 하는지,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함께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지 등을 판단해 도급인이 파견근로자를 직접 운영한다면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근로자 파견과 사내 도급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아울러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근무 관리에 대한 권한을 누가 행사하는지,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도급인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는지 등의 요소 역시 근로자 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날 도급업체에서 남해화학으로 파견된 근로자들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며 낸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생산과 직접 연계되지 않거나 단순 부품공급 업무와 같은 공정별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아쉬운 점은 있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고용절차 등을 이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송과는 별도로 노사 자율협의를 통해 사내 하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