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3은 참고도1의 백1로 받아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면 흑2로 세력의 요충점을 차지할 예정이다. 그것을 간파한 장쉬는 대뜸 26으로 붙여 모양을 결정짓는 길을 선택했다. 흑27은 이렇게 물러서는 것이 최선. 결국 흑39까지의 절충이 이루어졌다. 백은 실리를 선수로 챙겼고 흑은 두터운 외세를 얻었는데…. “흑의 두터움이 백의 실리보다 나아 보입니다.”(하네9단) “동감이야.”(나카노9단) 흑41은 하변쪽에 형성된 외세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착상이다. 백42로 43의 자리에 차단하는 것은 백이 부담스러운 싸움이라고 보고 장쉬는 실전보의 42로 붙여 응수를 물었다. 다카오 신지는 흑43이라는 가장 알기 쉬운 응수를 선택했는데…. “도전자가 돌의 흐름이 괜찮다고 여기고 있어요.”(하네) “검토실에서는 치받는 쪽이 낫다는 여론이었는데….”(나카노) 치받는 그림은 참고도2의 흑1을 말함이다. 검토실에서는 흑1, 3을 필연으로 보고 이것이면 흑의 형태가 실전보다 월등하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이 얘기를 전해들은 장쉬가 반론을 내놓았다. 흑1이면 백이 대뜸 A에 붙이는 기막힌 맥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카노9단은 감탄을 했다. “묘한 수가 있었군. 순간예(瞬間藝)라고나 할까.”(나카노) 순간예는 번역이 까다롭다. 타이밍이 기막힌 정문(頂門)의 일침 비슷한 얘기일 것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