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길 GQ에 있다]<6>'삼성 콤플렉스' 벗어나자

글로벌 경쟁 고려 "기업정책 유연하게"

지난 7월2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2007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 참석한 이건희(가운데) 삼성그룹회장이 이학수(왼쪽) 그룹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윤종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영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선사항 등을 지시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고려 "기업정책 유연하게" [선진국의 길 GQ에 있다]'삼성 콤플렉스' 벗어나자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지난 7월2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2007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 참석한 이건희(가운데) 삼성그룹회장이 이학수(왼쪽) 그룹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윤종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영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선사항 등을 지시하고 있다. 관련기사 • '거꾸로 가는 한국' "대기업 규제를 완화해 선진화를 이루자고 말했다가 '삼성의 앞잡이냐'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송병락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미국처럼 금융 범죄인은 평생 동안 금융업에서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더니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면서 '빨간색'을 덧씌우더라. 하지만 이는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 거꾸로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삼성 편이니 재벌 옹호론자니 하는 식으로 공격하면 그 순간 합리적인 정책 논쟁은 사라지지 않겠는가."(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이처럼 재계 1위인 삼성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았다. 정부의 재벌정책은 삼성 문제에 걸려 누더기로 변했고 금산분리, 대기업 규제 완화 등도 "삼성을 봐주겠다는 말이냐"는 한마디 공격에 제대로 된 논쟁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가 '삼성 콤플렉스(강박관념)'의 덫에 걸렸다는 얘기다.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출총제 대상 기업집단은 삼성ㆍ현대차ㆍ롯데 등 6개 그룹 23개 계열사다. 삼성전자 등 삼성계열사가 9개로 전체의 40%. 출총제가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규제라는 말이 크게 틀리지 않아서 삼성이 공정위의 압박대로 지주사로 전격 전환하거나 출총제 졸업기준을 채우는 순간 출총제의 수명은 끝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개정 과정 역시 한국 사회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삼성 콤플렉스'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개정 금산법은 97년 금산법 제정 이전부터 삼성생명이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했다. 아울러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5% 초과지분을 5년 후 강제처분하도록 했다.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 삼성 강박관념에 삼성을 겨누다 보니 다른 기업들이 부작용을 호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 정치권과 정부 부처가 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삼성 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시민단체들의 공격에 꼬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삼성만큼 잘 하는 기업은 없다"는 재계의 정설과 한국 대학생들이 꼽는 최고직장이 삼성전자 등 삼성계열사임을 돌아보면 삼성 콤플렉스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동민 대한상의 윤리경영팀장은 "대기업, 특히 삼성에 대해 국민정서는 이중적"이라며 "삼성이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고 입사하고 싶은 좋은 기업으로 꼽혀도 국민적 평가는 인색하다"고 말했다. 삼성 콤플렉스나 삼성 흔들기와 관련한 비판에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이 더 잘 하도록 감시와 견제를 하는 것"이라며 "다만 타 대기업도 모니터링을 하는데 유독 삼성만 외부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법원까지 가면서 사회 이슈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콤플렉스의 부메랑으로 검토 가능한 정책 수립이나 아이디어마저 사장되는 형편이어서 한국 사회의 삼성 강박관념 극복은 주요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은행지배가 확대되면서 우리금융 인수에 산업자본 참여가 필요한데도 곧 '삼성 봐주기'로 인식돼 검토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What is good for GM is good for America) 1952년 미 국방장관에 내정된 윌슨이 의회에서 한 이 발언은 지금도 대부분 미국인의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고 있다. 미 최대기업 GM의 번영이 곧 미 국익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뿌리내린 반면 한국의 실정은 정반대다. 재계 2ㆍ3위인 현대차와 SK를 합친 것보다 큰 삼성에 대한 경계감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합리적인 기업정책에 대한 논쟁마저 삼성의 벽에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글로벌 무대에서 보면 삼성이 그렇게 막강하지도 않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아시아 최대 전자기업으로 올라섰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46위에 머물러 있고 일본 최대기업인 도요타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 생보업계와 증권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역시 세계 수위권인 AIG나 메릴린치에 비하면 그 규모가 각각 4분의1, 10분의1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금산분리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서 적잖은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은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에 가장 치열하게 내몰린 기업의 상황을 정부가 안일하게 판단하고 행정 편의주의적 관행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금산분리 문제에 있어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정부가 좀더 전향적으로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도 "이제는 한국 대기업에 고유한 그룹체제가 건전한 시너지를 만들며 해외 경쟁기업을 상대하는 무기가 되도록 기업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며 "삼성에 대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싸우고 있는 대기업 정책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8/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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