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갈수록 지능·대형화

재개발예정지역 노후 연립·다세대 싹쓸이
단기간에 수십억원 차익 남기고 빠져나가
미등기상태로 거래… 단속도 거의 불가능


재개발과 관련된 기획부동산의 수법이 날로 대형화ㆍ조직화돼가고 있다. 거액의 자금을 펀딩해 아직 기본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지역의 노후 연립ㆍ다세대를 대형으로 매점매석하는 수법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법은?=5일 강서구 화곡동 A중개업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께 기획부동산이 화곡동 일대 연립ㆍ다세대 매물을 모두 싹쓸이한 후 30억~4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올 초 모두 떠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중개업소들은 약 100억가량의 자금을 가진 기획부동산이 올 초 화곡동 일대 연립ㆍ다세대 주택을 담보대출 및 보증금을 끼고 가구당 5,000만~6,000만원에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일대에서 올 초 연립ㆍ다세대 주택 170~180가구가 일시에 소진되면서 호가가 오르자 가구당 1,000만~2,000만원 정도의 단기 시세 차익을 남긴 뒤 빠져나갔다는 얘기. 사정은 다른 4차뉴타운 후보지들도 마찬가지이다. 도봉구 창동 B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연초 외지에서 온 한 손님이 10여개 정도의 연립ㆍ다세대 매물을 한꺼번에 매입한 적이 있었다”며 “비슷한 시기에 다른 중개업소에서도 재개발 관련 매물이 수십개씩 일시에 소진되면서 호가가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개발 투자컨설팅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강남권 중개업소 5~6곳이 그룹을 만들어 초기 단계의 재개발 지역을 집중 공략해 단기차익을 올리는 수법이 횡행했다”며 “중개업소별로 고객에게 10억~20억원의 자금을 모은 후 재개발 소문이 도는 초기 지역에 투자해 3,000만~4,000만원의 차익을 남기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서울지역에서 4차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들은 한번씩 다 훑고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최근에는 경기권과 인천권 뉴타운 예정지역들을 대상으로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단속이 어려운 이유=현재 뉴타운 지역은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에 의해 20㎡ 이상은 토지거래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뉴타운 이외의 주거지역은 180㎡ 이상의 토지에 대해서만 거래허가를 받도록 돼 있어 실질적으로 투기 방지 효과가 미미하다. 또 이들 기획부동산은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은 채 ‘미등기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게 관계 부처의 설명이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투기를 목적으로 미등기 상태에서 토지 거래를 체결한다 해도 이는 전적으로 사인(私人)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실질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뉴타운 이외 180㎡ 이상 주거지도 토지거래 허가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 개정안을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만 피해 입어=동작구 사당동의 C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올 초부터 지난 4월 총선까지 여러 차례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연립ㆍ다세대 가격이 3.3㎡당 3,000만~3,200만원까지 올랐다”며 “지난해 같은 시기 3.3㎡당 1,200만~1,500만원대와 비교하면 가격이 2~3배가량 올라 정작 재개발 기본계획이 수립된다고 해도 더 이상 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순형 J&K컨설팅 대표는 “서울지역 뉴타운 및 재개발 지역의 지분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아직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초기 재개발 지역을 선점하려는 투자 패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신종 기획부동산들은 일반투자자들의 이러한 투자 패턴 변화와 재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를 이용하는 것으로 초기 재개발 지역투자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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