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정밀 실사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대우건설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정밀 실사 개시를 위한 의견 조율에 번번히 실패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각 실사는 당초 지난 4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저지로 보름째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와 대우건설 노동조합, 매각 주간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삼성증권 등은 지난 11일 강남구 삼성동 자산관리공사 사무실에서 정밀실사를 시작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소득없이 헤어졌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자산관리공사측에 ▲매각대금 및 차입금에 대한 검증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과 평가 내용 공개 ▲매각 후 중장기 발전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자료 제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자산관리공사는 '대답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어 14일에도 매각 주간사가 대우건설 노조를 찾아와 원활한 실사 개시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으나 노조측이 거부, 구체적인 협상 재개 날짜나 방법 등은 꺼내지도 못했다.
이처럼 채권단, 우선협상대상자, 대우건설 노조 등의 입장이 한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은 매각 당사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때문이다.
자산관리공사는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이며 오히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해법을 찾아줬으면 하는 눈치다.
반면 금호아시아나측은 "우리는 우선협상대상자일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완전한 매각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응할 처지가 못된다"며 자산관리공사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 노조는 "자산관리공사의 해명없이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없다"고 고집하고 있어 실사가 언제쯤 재개될 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미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만큼 급할 게 없고, 그렇다보니 협상의 진전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졌으니 실사 지연으로 매각 일정만 늦어지는 것일 뿐이어서 캠코나 공자위측도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보는 듯 하다"며 "금호측도 매각 대금을 깎고 자금을 확고히 하는데 오히려 시간을 버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