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상봉 두차례‥아쉬움만 키우고
이게 꿈이라면 영원히 깨어나지 말았으면.. 방문 첫날 가족들을 부둥켜 안고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끊임없이 쏟아냈던 이산가족들은 이튿날인 1일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다소 차분하게 가족들과 개별상봉을 하면서 차근차근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실타래 풀 듯 풀어 나갔다.
이번에 만나지 못한 다른 친지들의 안부를 묻는가 하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오열하는 가족도 눈에 띄었다.
○.남측 방문단이 그리운 고향에 도착해 하룻밤을 지난 뒤 맞은 1일 평양의 아침은 안개가 짙게 끼어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북측 관계자는 "지난 86년 대동강 하구에 남포갑문이 건설된 뒤 대동강 물이 충만해져(풍부해져) 습기가 많아지고 겨울 날씨로는 포근해 기온차가 발생한 탓"이라고 설명.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오전 상봉을 기다리던 남측 방문단은 창 밖으로 평양 시내를 둘러보았으나 짙게 낀 안개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알아볼 수 없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호텔측은 1일 아침식사로 시금치조갯국, 조개풋고추찌개, 팥죽, 닭버섯볶음, 산유(우유를 발효시킨 영양식품), 감자타래빵, 쉬움떡(술떡), 창난젓 등 10여 가지의 민속음식을 준비했다.
호텔 관계자는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드실 수 있도록 다양한 전통 민족음식을 마련했다"며 "끼니마다 음식 종류를 바꿔가며 고루고루 맛 보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전 9시 40분께 북측 가족들이 고려호텔 로비에 도착하면서 고려호텔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차상봉 때 엘리베이터 이동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상봉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에 따라 남북 양측은 이날 고층에 투숙한 가족부터 차례로 상봉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평양의 첫 밤을 가족 상봉의 흥분 속에 보낸 남측 가족들은 2시간 동안 가족의 정을 나누었다.
○.방문단원 가운데 최고령인 100세의 유두희 할머니는 대한적십자사 여직원과 함께 첫 밤을 지낸뒤 이날 객실인 2008호에서 아들 동길(75)씨에게 내복과 시계를 선물로 전하면서 그 동안 자식을 거두지 못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북측은 이날 오후 남측 방문단 가운데 최고령인 100세 유두희 할머니에게 '100돌 상'을 차려주고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아내 정보부(86)씨와 재회한 석만길(84ㆍ충남 천안시)씨는 "내가 죄인"이라며 아내와 북측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명용덕(83ㆍ서울 용산구)씨도 아내 리덕실(78)씨를 만나 50년만에 이뤄진 만남의 기쁨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남측 방문단은 이날 가족들과 고려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한 뒤 오후 객실에서 한 차례 더 개별상봉을 가졌다.
방문단은 이어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참관한 뒤 저녁에는 북한 적십자회중앙위원회가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주최하는 환송만찬에 참석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입력시간 2000/12/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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