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용품 브랜드들이 '엔저'라는 날개를 달고 방방곡곡 국내 가정에 파고들고 있다.
그동안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는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는 호평을 받으면서도 가격부담 때문에 쉽게 선택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엔저 효과 덕분에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국내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게다가 엔달러 환율이 한 달여 만에 다시 100엔대를 돌파하면서 엔화가치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일본 생활용품 업계의 한국시장에 대한 공세도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일본 생활잡화 브랜드 '무인양품'을 전개하고 있는 무지코리아는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에 국내 1호 로드숍이자 플래그십스토어인 강남점을 오픈했다. 송윤 무지코리아 기획마케팅팀장은 "오픈 이후 2주 동안 15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강남점을 다녀갔다"며 "하루 평균 구매고객은 800~900명으로 기존 매장보다 6~7배 많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강남점은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사업확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지코리아는 그동안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해왔으나 앞으로는 독자 매장 확대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판촉에 나설 계획이다. 무지코리아는 2017년까지 전국에 30개 점포를 내고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일본 생활용품의 한국시장 공세는 온라인시장에서도 뜨겁다. 일본에서 연간 4조원대 매출을 내는 '아이리스오야마'는 한국 진출을 위해 국내 1위 홈쇼핑 업체인 GS샵과 손을 잡았다. 아이리스오야마는 생활용품뿐 아니라 원예, 애견용품,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1만4,000여개에 달하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00가지가 넘는 신상품을 출시하는 저력 있는 업체다. GS샵은 11일 아이리스오야마 상품 첫 방송을 시작해 국내 소비자 반응을 살펴본 후 추가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군소 인터넷몰에서도 일본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 유명 캐릭터를 앞세운 생활용품ㆍ문구용품ㆍ주방용품 등은 2~3년 전에 비해 수입가격이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구입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한 일본 캐릭터 생활용품 수입ㆍ판매 업체 관계자는 "엔고가 한창일 때는 가격부담 때문에 상품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는데 분위기가 역전됐다"며 "일부 상품은 국산에 비해 오히려 가격이 낮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일본 생활용품들의 공세는 엔저 기조 지속과 함께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경제전망 컨센서스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성장지향형 경제정책, 하반기에 예정된 정치 이벤트 등의 영향으로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110엔선까지 예측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120엔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맥주에서 기저귀ㆍ수납박스ㆍ젓가락ㆍ화장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본 브랜드들이 과거보다 싼 가격에 시중에 풀리면서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집어 들고 있다"며 "일본 상품들의 경우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어서 시장에 쉽게 안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