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무늬만 공모' 비난

공기업 사장 미리 내정해 놓고도 '모집 공고'
인천교통공사 등 대표에 명퇴 공무원들로 채워

인천시가 산하 공기업 사장을 새로 임명하면서 미리 대상자를 정해 놓고도 공모 형식을 빌어 뽑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행정을 펴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 공기업 대표를 선임할 때 반드시 거치도록 한 ‘공모’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인천시에 따르면 현 인천교통공사 고흥승(60) 사장이 오는 17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후임사장 임명을 위해 후보를 공모하고 있다. 자격은 현재 만 40세 이상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공기업에서 임원으로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4급 상당 이상 공무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 관가에는 지난 1월 인천발전연구원 시정 연구관으로 있던 김익오씨(57ㆍ2급)를 명예퇴직 하는 조건으로 교통공사 사장으로 이미 내정해 놓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고홍승 현 사장이 가정상의 이유로 4월까지 근무하기로 하자 인사권자가 3개월 가량 고민한 끝에 뒤늦게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시는 현재 시 산하 공기업 사장과 임원 자리 대부분을 명예퇴직 공무원들로 채우고 있다. 인천지하철공사의 경우 권기일(61) 전 사장이 임기가 끝남에 따라 김우철(57ㆍ2급) 전 인천시 부평구 부구청장을 사장으로 내정 해 놓고 공모형식을 빌어 지난 2월20일자로 임명했다. 시는 또 지난해 6월 인천도시개발공사 김용학 전 사장이 사임하자 같은 해 8월 박인규(59) 시 도시계획국장을 사장으로 내정해 놓고 박 씨를 명예퇴직 시킨 뒤 공모하는 형식으로 박 사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지방공기업 사장은 지방공기업법 제60조 규정에 의해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고 속사정을 얘기하면서도 “공기업 사장을 미리 내정해 놓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산하 공기업은 인천지하철공사를 비롯, 도시개발공사, 관광공사, 교통공사, 시설관리공단, 인천의료원 등 모두 6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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