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 세계를 말한다] <4> 추수룽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6자회담 성사 힘들고 필요도 없어 … 美·中 공조로 북핵 억제를
한·중 뿌리깊은 안보 불신이 양국 관계 발전 걸림돌 진정성 있는 신뢰 회복 중요
中 올 외교 키워드는 '완화' 주변국과 공존공생 힘쓸 것


"북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6자회담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고 필요도 없습니다. 중국도 6자회담을 포기해야 합니다. 중국과 미국이 협조해 북핵의 확산과 사용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입니다." 중국 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학자인 추수룽(楚樹龍·사진) 칭화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달리 6자회담 무용론을 주장했다. 추 교수는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 권력구도 변화와 북중관계에 대해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단일 수령 영도체제인 북한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2인자의 숙청이 외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베이징 칭화대 연구실에서 만난 추 교수는 올해 중국 정치외교의 핵심을 한마디로 '완화'라고 표현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과 중국의 공존공생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중관계에 대해 추 교수는 진정성 있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을 미래의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일부 지도층이 중국과 미국의 모순을 확대해석해 미국의 동맹인 우리는 중국을 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미래 한중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중국 외교의 핵심을 무엇일까요.

△'완화'가 핵심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중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은 역설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중일관계는 더 이상 악화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상태이기 때문이죠. 중일관계가 좋아지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완화를 위한 조치가 나올 겁니다. 한국과 주변국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도 낙관적으로 봅니다.

-미국이 중국이 원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명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십니까.

△미국은 신형 대국관계를 이미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신형 대국관계를 처음 언급한 나라가 미국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의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새로운 파트너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말이 신형대국관계가 아닐까요? 남은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어떻게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느냐, 즉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입니다. 원칙이 세워져 있는 상황에서 돌발변수가 원칙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에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방어형 정책입니다. 중국의 아시아 영향력 확대, 특히 아시아 모든 국가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된 것을 본 미국의 경계심이 TPP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을 고립시킨다기보다 미국 스스로 아시아에서 지위를 찾기 위한 방어적 전략입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최대 무역 동반자는 일본도 한국도 아닌 중국입니다. 매년 5,000억달러가 넘는 무역액이 오가는 중국을 고립시킨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중국이 TPP에 참여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집중하듯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아시아 정책 핵심은 중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포용과 공존공생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 확보로도 해석합니다. 방공식별구역 설정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일본도, 한국도 태평양 진출 확대를 위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나요? 중국은 미국·일본·한국·말레이시아보다 늦게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습니다. 다른 국가가 하면 맞고 중국이 하면 잘못됐다는 시각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중국도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식별을 위한 것이지 위해를 가하려는 조치가 아닙니다.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제 생각은 명확합니다. 국제적 관례에 따라 중국도 권리를 주장한 것뿐입니다.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해 한국의 여론은 중국의 확장정책을 경계합니다.

△한국인은 중국과 미국을 경쟁적 적대관계로만 이해합니다. 한국의 정치·사회 지도층의 중미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중국과 미국은 대만 문제, 인권 문제, 사회제도 등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지만 아시아를 쟁취하기 위해 경쟁하거나 서로 적대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생각과 의지를 관리하고 싶어할 뿐입니다. 제가 볼 때는 한국이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중미관계를 해석하고 중국과 미국의 모순을 확대해석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중일관계가 풀릴까요.

△중국과 일본의 대립은 역사적인 문제입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서 보듯 아베 신조 정부는 역사적으로 멀리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제는 역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죠. 정작 심각한 문제는 영유권과 서로의 안전에 대한 문제입니다. 지난해 9월에 일본이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며 접점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 모두 관계개선을 원합니다. 올해에는 완화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봅니다. 양국 모두 영토 문제,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입장은 매우 강경하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신중합니다. 또 동북아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미국이 있는 한중일 관계는 보기처럼 그렇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방한해 한쪽에만 베팅하지 말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는 한중의 밀착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됐었는데요.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걱정될 거예요. 중국과 한국이 가까워지면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미국의 아시아 전략 방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미국의 걱정은 우려일 뿐입니다. 중미관계와 한미관계는 분리된 관계입니다. 중국과 한국은 경제무역과 언어·문화적 배경이 밀접할 뿐 아직 정치적으로는 아니죠. 한미는 동맹국이고 한중은 동맹국이 아닙니다. 이건 매우 분명한 사실이고 중요한 차이입니다.

-북한의 장성택 숙청 이후 권력구도와 북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권력구도의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북한의 최종결정권은 언제나 수령, 김정은입니다. 중북관계 또한 장성택이 있고 없고에 따라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번 문제는 내부 문제입니다. 내부 권력투쟁 또는 이권다툼이죠. 외교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느 나라든 2인자나 3인자가 자리에서 떠난다고 해서 외교에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김정은의 방중에 대해 궁금증이 많지만 이는 중북 지도부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언제냐는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중국이 6자회담에 가장 적극적이지만 일각에서는 6자회담 무용론도 나옵니다.

△6자회담은 회담할 가능성도, 필요성도 없습니다. 이제 포기해야 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과 한국·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6자회담을 열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제지를 위한 중국의 노력도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이 협력해 북한의 핵확산을 막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설립된 국가안전위원회의 역할이 국내외 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3중전회 당시 국내 업무에서 국가안전위원회가 언급됐다는 점과 현재 중국 국내에서 안정을 기해야 할 많은 일이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 더 많은 비중을 두지 않겠느냐는 예측은 가능합니다. 외부에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국가안전위원회는 결정기구가 아니라는 겁니다. 중국의 체제는 주요 당의 지도자, 당의 상임위원회, 정치국에서 중대한 외교적 결정을 하기 때문이죠.

-커지고 있는 소수민족 지역의 갈등을 중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요.

△경제나 정치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족의 독립은 심리적 요인입니다. 한 지역에서 전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거나 민족융합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미국은 이런 방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국가입니다. 미국의 소수민족은 독립할 의지를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흑인은 소수민족화돼 백인과 전국 어디든 누비고 다닐 수 있어요. 한곳에 집중돼 있지 않아요. 이런 융합정책은 성공적인 미국의 소수민족 정책으로 평가됩니다. 중국은 미국의 정책을 배워야 합니다.

■ 추수룽은

中서 손꼽히는 미중관계 전문가

외교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 행사

한반도문제에도 거침없는 목소리

추수룽 칭화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 내 손꼽히는 미중관계 전문가이다. 그는 북한 문제도 중미관계의 틀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6자회담이 아닌 금융제재 등 중미 간 직접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반도 문제에 제 목소리를 내기로 유명한 추 교수는 한중 간 안보협력이 잘 되지 않는 이유가 양국 간의 뿌리 깊은 불신에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한국을 안보위협으로 상정하지 않지만 한국은 중국을 미래 안보위협으로 생각하는 불신이 있다는 것이다. 추 교수는 미국 정치 및 외교, 중국 외교 및 안보 전략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며 중국의 외교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약력 △1978년 다롄외국어학원 영문학 학사 △1985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법학 석사 △1993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박사 △현재 칭화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겸 전략연구소 부소장, 중미관계사연구회 이사 및 아태안전합작이사회 중국위원회 이사

◇주요 저서 '기로에 선 북중관계'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훔쳤는가' '중국 외교전략과 정책' '접촉과 방비:냉전 후 미국 대 중국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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