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지지자 무력진압… 이틀새 80여명 사망

리비아선 시위 틈타 죄수 집단탈옥
'아랍의 봄' 국가 소요사태 재연 조짐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극심한 정국혼란에 빠진 이집트에서 27일(현지시간) 또다시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이집트 경찰은 이날 새벽 카이로 외곽 나스르시티에서 무르시 복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무슬림형제단 등 무르시 지지자들에 대한 무력진압에 나섰다.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이 시위대 해산을 촉구하며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경고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AFP통신은 현지 의료진을 인용해 시위진압 과정에서 75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에도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무르시 찬반세력 간 충돌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94명이 부상해 이틀간 발생한 사망자가 80여명에 달한다고 AFP는 보도했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 측은 이번 무력진압으로 적어도 127명이 숨지고 4,500여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하드 엘하다드 대변인은 "경찰이 시위대를 죽이려고 총을 쐈다"며 사망자 대부분이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희생자 규모가 지난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퇴진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시위의 희생자가 늘어나자 강하게 규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집트 과도정부가 평화로운 사태해결과 이집트인 보호의 책임을 져야 하며 이집트군은 의사표현과 집회의 자유 등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폭력은 정치적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과도정부 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집트를 벼랑에서 끌어내는 데 모두가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집트 외에 튀니지ㆍ리비아 등 '아랍의 봄'을 겪은 국가들에서 소요사태가 재연되고 있다. 25일 야당의 유력 지도자 무함마드 브라흐미가 피살된 튀니지에서는 이슬람주의 집권당인 엔나흐다당이 그의 암살과 관련됐다고 주장하는 반정부시위가 27일까지 이어졌다. 리비아에서는 대규모 반정부시위와 함께 죄수 1,000명의 집단탈옥이 발생하는 등 사회가 극도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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