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급변하는 사회 창조적으로 사고하라"

■ 비이성의 시대(찰스 핸디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주 5일 40시간의 노동은 꼭 해야 하는 것일까. 같은 직업에 일관된 경력만을 고집해야 해야 할까. 노동을 위해 직장은 꼭 필요한 것일까.' 세가지 질문에 대해 모두 '예'라고 답하는 사람이라면 구시대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후 안정된 직장에 안주하던 고용 시스템은 100여년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거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철학자이자 기업경영의 전문가인 찰스 핸디는 익숙한 사고방식을 뒤집어 보는 '창조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대사회에 몰아친 변화가 과거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농업사회의 변화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연속적인(continuous) 변화라면 오늘날의 변화는 단절적인(discontinuous) 변화로 더 이상 과거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보고 책을 쓰기 시작한 저자는 20년 이후인 오늘날을 예측했다. 20년 전 그는 이미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이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세대 무선전화, 유전자 형질 변환 돼지, 효소 촉매제, 의학전문가 시스템, 말을 알아듣는 컴퓨터, 비정규직 증가 등 그가 기록해 놓은 변화는 적중했다. 정규직이 소수가 되는 시대가 되면 정규직이 사회적인 기준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그의 주장이다. 일이라는 개념을 직장 내 일자리에 한정하지 않고, 좀 더 광범위하게 설정해 개인의 우선순위의 중요도에 따라 휴가ㆍ노동ㆍ가정 등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세워 수입의 출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개인적인 비전 설정이 필수다. 사회의 변화를 철학적으로 접근한 저자의 말은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하지만 그의 이론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안전망 마련이 우선이다. 직장을 고집하지 않고도 재교육을 통해 일을 찾을 수 있는 체계없이 자유로운 노동을 운운한다면, 비정규직은 차별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밖에 없다. 1만5,000원./장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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