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김인영 특파원】 수많은 펀드 매니저들이 뜨고 지는 뉴욕 월가의 금융 정글에서 대학 장학금을 밑돈으로 수억 달러의 펀드를 키워 운영하고 있는 한인 2세 매니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패러다임 캐피털 매니지먼트」라는 뮤추얼 펀드의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제임스 박씨(37)가 그 주인공이다.월가의 금융전문지 파이낸셜 트레이더지는 그를 일컬어 『근원을 찾아가는 매니저』라고 평했다. 펀드 정보지인 매니지드 어카운트 리포트는 그의 펀드를 위험분산 측면에서 미국 전체 펀드 중 10위권에 포함시켰다.
朴씨의 펀드가 운영하는 자금은 현재 5억 달러. 수익율은 96년 18.7%, 97년 13.6%로 매우 높다. 세계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일어난 지난해에도 2.2%의 안정적 수익율을 냈다.
朴씨가 펀드 매니저가 되기로 한 것은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됐다. 87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박사 과정을 밟을 때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장학금 5,000 달러를 투자했으나, 브로커를 잘못 만나 실패했다. 다음 학기에 또다시 5,000 달러를 투자했으나, 또다시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두번의 실패를 거친 후 그 다음 해에 5,000 달러를 1만5,000 달러로 3배나 불리는데 성공했다. 이를 또다시 선물시장에서 대두(콩)에 투자했는데, 엘리뇨 현상 덕택에 대두값이 폭등하자 투자액의 30배에 해당하는 50만 달러나 벌었다. 그는 차제에 이 돈으로 펀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朴씨는 90년 패러다임 캐피털을 설립했고, 2년후 애틀란타 소재 수마(SUMA) 캐피털과 합병함으로써 규모를 확대했다. 패러다임 캐피털은 세계적인 가수와 영화배우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그는 고객 보호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朴씨의 펀드는 지난해 6월 패러다임 코리아펀드를 설립, 한국 증시에도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투자가치가 살아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2억 달러 정도를 한국 증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에서 번 돈을 한국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문화를 잘알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좋은 정책을 채택,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워싱턴에서 태어난 그는 펜실베니아 워튼 스쿨, 하버드대를 걸쳐 컬럼비아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펀드를 운영하는 바람에 95년에야 박사학위를 마쳤지만, 뉴욕 시립대에 경영학을 강의할 정도로 이론과 현장 사이를 하루에도 몇번씩 드나들고 있다. 그는 『가장 안전한 투자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무일푼이었던 자신이 30대 초반에 백만장자가 된 것은 행운』이라고 겸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