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이상 등락 '롤러코스터場' 반복… "유동성 거품 꺼지나" 불안감 커져

■ 中증시 7.4% 폭락
"지금은 살 타이밍 아니다"… 글로벌투자銀 잇따라 발빼
급증하는 개인 신용거래… 향후 증시 시한폭탄 될수도


중국 증시가 지난 19일에 이어 26일에도 7%가 넘는 대폭락을 기록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거품 붕괴 현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증시의 상하 진폭은 이달 들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3% 이상의 급등락을 기록한 날이 6거래일에 달한다. 보기 드문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중국 내부에서는 이처럼 반복되고 있는 주가 급등락의 원인을 기술주의 과대평가와 단기 물량 부담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국경제전문매체인 왕이재경은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과대 평가됐다는 우려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기술주의 벤치마크인 CSI300 정보기술(IT)지수는 2일 연중 고점을 찍고 나서 3주 만에 19%나 하락했다. 왕이재경은 "중국 기술주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74배나 되고 성장기업 관련 시장의 PER는 미국 나스닥의 3배나 되는 수준"이라며 "기술주 거품의 붕괴가 시장에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 물량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28개 기업에 대한 기업공개(IPO)를 승인해주면서 새로운 물량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유동성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에서 IPO 물량은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일으켜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샤오강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기업의 효율적인 자금조달을 위한 증시 다층화 차원에서 '전략신흥판' 설립을 추진하고 신규 상장 문턱도 낮출 것이라고 밝히면서 IPO 부담으로 창업판(차스닥)이 8.9%나 폭락했다.

하지만 급등락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개인 투자자들이 대신하면서 치고 빠지는 단기 투기시장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가 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중국 증시의 과열을 지적하며 발을 빼고 있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12일 지수가 중국 증시의 고점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가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고객들에게 조언했다. 조너선 가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전략 책임자는 "중국 증시가 유동성에 의한 함정에 빠지고 있다"며 "펀더멘털로 볼 때 지금은 중국 시장에 매수를 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급증하는 개인들의 신용거래 위험도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시장에서 1조4,200억위안에 달하는 신용거래 규모는 대규모 '깡통계좌'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주 동안 기술주들의 하락으로 5월 이후 매수에 들어간 신용거래는 빚더미에 올랐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 신용거래 투자자가 선호하는 종목들이 급락하면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청)에 따른 매물 폭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오시타리 마리 오카산증권 투자전략가는 "19일 폭락 현상은 투자자가 이미 신용거래에서 손절매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폭락 이후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시장을 지탱했던 유동성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도 증시 주변에서는 인민은행의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7일물 350억위안 발행, 예대비율 폐지 등 유동성 공급을 위한 뉴스가 쏟아졌지만 증시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인민은행이 지준율이나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의 굵직한 조치를 바랐던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셴전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시장 상승에 대한 목적이 증시를 통한 제조업으로의 자금이동이었다"며 "아직까지의 하락은 중국 정부가 충분히 조정 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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