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대우조선해양, 독보적 에코십 기술… LNG 추진선박 수주 순항

애드 패스트(왼쪽) 캐나다 통상장관이 지난 2월 경남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홍보관을 방문해 액화천연가스(LNG)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월 22일 부산에서 기술이전협약식을 열고 협력사들에게 특허기술을 이전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지난해 세계 조선업계는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더딘 경기 회복으로 배 주문이 줄어든 가운데 유가까지 바닥을 기자 글로벌 석유회사들의 해양플랜트 투자까지 축소돼서다. 그러나 극심한 수주 가뭄에도 대우조선해양은 149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리며 국내 대형 조선사 중 유일하게 목표(145억달러)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친환경 선박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부터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연비를 높인 친환경 선박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국가별로 환경 규제가 늘며 연료 효율성을 높인 '에코십' 기술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대표적인 에코십으로 꼽히는 '천연가스 추진선박'을 잇따라 수주했고 조선업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밑바탕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량은 세계 발주물량(66척)의 절반인 37척에 달하는데 한 회사가 1년간 30척 이상 LNG 선을 수주한 것은 세계 최초다.

대우조선해양의 천연가스 추진선박 'ME-GI LNG선'은 독일 엔진 제조사 만디젤과 합작으로 탄생했다. 선박 엔진은 만디젤이, 천연가스를 연료화하는 공급시스템은 대우조선해양이 맡아 2013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ME-GI LNG선'은 기존 대비 연료 효율성과 운항에 드는 비용이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자체 개발한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와 재액화 장치(PRS)를 만디젤의 가스 분사식 엔진과 결합하면 연료 효율은 현재 LNG 운반선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기추진 방식인 DFDE엔진보다 20% 이상 향상된다. 액체 상태로 배에 실린 LNG는 항해과정에서 일부가 기화(액체→기체)한다. 이에 따라 LNG선에는 날아가는 가스를 잡아 액화시키는 냉매 압축기가 필수인데 PRS는 기화된 가스만으로도 액화가 가능해 압축기 설치·운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 6일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캐나다 티케이가 발주한 LNG선에 실릴 PRS 시험 가동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내년 상반기 건조가 끝나는 세계 첫 PRS 방식의 LNG선이 닻을 올리게 된다. 이 때문에 PRS LNG선이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내년 이후에는 관련 발주가 더 늘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올해 수주한 LNG선 6척 중 5척이 PRS를 적용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며 "탄소배출권 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추가 발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무기로 한 LNG 연료 추진선박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5년 이후 연간 10조원 가까이 증가해 앞으로 8년간 최대 100조원(누적)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에코십은 더욱 인기를 끌게 된다. 영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은 2025년 한 해에만 650척의 천연가스 추진 선박이 발주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연료공급시스템 관련 특허 200건(국내 127건, 해외 73건)을 국내외에 출원해 44건(국내 40건, 해외 4건)의 등록을 완료했고 PRS 관련 특허 출원 38건(국내 22건, 해외 16건) 중 5건(국내 5건)을 마무리했다. 천연가스 추진 선박 기술은 2013년 장영실상을 시작으로 지난해 '대한민국 기술대상 금상', '올해의 10대기술'등에 잇따라 선정되며 'LNG 연료 추진선박 =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명성을 나라 안팎에 알렸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천연가스 추진선박을 준비한 결과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었다"며 "미래를 최소 20년 이상 담보할 수 있는 새 먹거리"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조선업 불황을 천연가스 추진 선박 등 LNG선으로 타개하는 한편 특수선과 해양플랜트에서도 재기의 기회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 대응해 국내 업계 최초로 특수성능연구소를 설립해 잠수함과 군함 등 특수선 관련 전문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최초로 잠수함 수출에 성공한 데 이어 해외 군함시장의 진입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지난해 수주 가뭄 속에서도 역대 회사 최대 규모인 카자흐스탄의 'TCO'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높은 기술력과 해외 사업장 운영 경험이 수주로 연결됐다고 평가하고 올해 역시 신기술 개발을 통해 수주 저변을 확대할 예정이다.

핵심기술 중기에 전수… 韓 조선산업 동반성장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월 천연가스 추진선박의 핵심 기술을 국내 기업에 무상 개방하기로 했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가 핵심 특허기술을 국내 기업에 제공하는 건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연료공급시스템은 천연가스를 고압으로 처리해 엔진에 공급하는 LNG연료 추진 선박의 핵심 기술이다. 이 시스템이 없으면 천연가스의 선박 동력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련 기술을 독자 개발해 국내외에 특허 출원한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기업 간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고 국내 조선 산업이 다른 나라보다 비교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특허권을 개방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LNG 연료공급시스템이 개방되면 중·소 조선소는 물론 대한민국 조선 산업 전체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고효율 친환경 천연가스 추진선박 기술을 내세워 세계 LNG선 발주물량(66척)의 절반인 37척을 수주했다. 올해 역시 전 세계적으로 선박의 연비나 환경규제 대응에 관심이 높은 만큼 천연가스 추진선박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해양 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창조경제 구현과 대·중·소 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국내 기업 간 협력 관계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번 기술 개방은 조선업계가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대우조선해양이 핵심 기술을 개방한 것은 자체 연구개발(R&D) 능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마곡지구에 R&D 엔지니어링센터를 짓고 미국·인도네시아·부산 엔지니어링 센터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R&D 역량을 길러 앞선 조선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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