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신도시 처방’이 성공하려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성장전략을 구축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난이 심각했던 지난 80년대 말 노태우 정부가 분당ㆍ일산 개발을 전격 단행하면서 본격화된 신도시 해법은 지난 20여년간 부동산 시장 안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간의 경험에도 불구, 정부가 신도시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졸속 행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과 3ㆍ30 후속대책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정책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정부가 관계부처간의 긴밀한 조율도 거치지 않고 또 다시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선덕 건설전략연구소장은 “정부의 신도시 정책은 전시행정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신도시 본래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는 정교한 계획들이 사전에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추가 신도시 건설 계획과 관련된 세부사항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신도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족기능 확보 ▦사회계층 혼합 ▦광역 대중교통 수단 정비 등의 요건이 구체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신도시가 주택 수요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족기능이 우선 확보돼야 하며 서울로 접근하기 쉽도록 교통망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검단지구나 파주 등 새로운 신도시가 1ㆍ2기 신도시에 비해 서울과의 거리가 멀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족기능’이 최우선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선덕 소장은 “3기 신도시의 경우 강남 수요의 대체보다는 최근 집값이 급등하는 수도권 주변의 수요를 흡수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도시 내 자족기능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기 신도시가 쾌적성을 강조하면서 용적률을 낮췄는데 이는 분양가를 상승시켜 오히려 신도시 본래의 취지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새로운 신도시 계획을 짤 때 2기 신도시 용적률 조정과 함께 개발밀도를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균형개발 논리에 밀려 수요와 공급이 괴리된 신도시 개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검단지구와 파주가 새로운 신도시로 확정된 것은 수도권 서ㆍ북부 개발론을 의식한 것 같다”며 “이곳이 실제 수요를 흡수하는 기능을 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