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3년의 명암] <중> 은행, 보험사를 노린다

생보사 '사면초가위기' ···국책·지방銀까지 '전업보험사 영토뺏기' 가세
기업銀, LIG생명 등 몇몇 곳에 인수 타진
중소은행도 설계사 스카우트 등 영업 강화
업계 "결국 굴러온 돌에 시장 잠식 당할 것"


방카슈랑스가 시행된 지난 3년 동안 은행들은 보험이 장사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중앙의 대형 은행은 물론 지방의 작은 은행들까지 보험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결국에는 전업 보험사들은 굴러온 돌에 밀려나 영락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중소기업 전문 국책 은행인 기업은행은 방카슈랑스와 퇴직연금이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LIG생명을 포함해 몇몇 생보사와 접촉, 인수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한때 삼성생명과 합작으로 방카슈랑스 판매법인 설립을 검토했으나 최근 자체 보험사를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 소유 은행들마저 보험업에 뛰어드는 것은 민영 은행들이 보험사를 차려 방카 영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데 따른 경쟁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KB생명을, 신한은행은 SH&C생명을, 하나은행은 하나생명을 각각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은행계 방카 전문 자회사의 수입보험료는 지난 2005년도에 9,567억원으로, 2004년도 대비 68.5%나 급성장했다. 은행계 보험사가 전체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0.1%, 2004년 15.2%, 2005년 19.7%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신한의 SH&C생명은 2005회계연도에 5,012억원 규모의 수입보험료를 쓸어담아 3년 만에 중소형 생보사 규모로 성장했고 KB생명은 수입보험료 2,92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은행 계열의 보험자회사들이 간판을 단지 1~2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배후에 비대한 은행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 판매는 은행들에 돈(비용)은 적게 들면서 이문이 높은 사업이다. 은행들은 전국의 지점에 창구 하나를 더 놓고 고객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 된다. 주택화재보험의 경우 수수료가 보험료의 18%에 이르는데 1%포인트 안팎의 예대마진을 노리며 장사하는 은행으로서는 수지맞는 장삿거리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채수일 대표(아ㆍ태 지역 금융 부문)는 “은행산업의 수신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따라서 은행들은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수익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보험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보험설계사들을 스카우트하며 노골적으로 전업보험사들을 흔들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방카슈랑스 판매가 전체 보험료의 70~80%에 달하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20%에 그치고 있다”면서 “오는 2008년 4월에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까지 방카 영역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보험판매 조직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ㆍSC제일ㆍ경남은행 등은 보험설계사들을 채용해 영업점에 시범 배치했고 하나은행은 대한투자증권과 함께 보험설계사들을 통한 수익증권ㆍ보험상품 판매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이진희 경남은행 피-비즈 사업부 차장은 “지난해부터 보험설계사들을 채용했다”며 “10월부터 만기환급형 보장성보험 판매가 허용되므로 보험설계사 인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재구 부산은행 상품개발팀 차장은 “보험설계사를 확대해 내년에는 전지점에 설계사를 두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의 공세에 대해 생보업계는 “방카슈랑스 대행판매로 고객 성향을 파악한 은행들이 보험설계사 등 전문 인력까지 스카우트하면서 보험 영역에 침투하고 있다”며 “전업 생보사는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생보사에 이어 은행들이 보험상품 개발과 방카슈랑스의 활용으로 시장을 잠식하는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금융시장 개방이 확대돼 국내 생보사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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