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란 악재는 다 모였다.’
기업들의 실적부진, 하반기 경기둔화 우려감, 국제유가 상승, 외국인 매도공세에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세하면서 증시가 나흘째 하락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감에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1,230선까지 미끄러졌다.
전문가들은 “실적 및 경기, 대외 매크로변수 등 대부분의 악재는 예전부터 나왔던 것이지만 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다시 거론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증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국내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어서 3ㆍ4분기부터는 이익 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실적과 유가= 최근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과 국제유가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글로벌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면서 미국 기업실적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동안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실망 매물이 나왔지만 앞으로는 실제 실적과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맞춰지면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업실적 모멘텀이 묻힌 측면이 있다”면서 “기업 이익전망치 조정 등으로 3~4분기 중 실적 모멘텀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방향을 쥔 것은 국제유가”라면서 “중동 지적학적 리스크와 미국 휴가시즌이 맞물리면서 다음달 중순까지 유가가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유가상승은 간접적으로 세계 경기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경계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기관만 바라보는 수급=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도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관투자자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외국인은 올들어 4조5,00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 5~6월에 비해 매도규모는 다소 줄었으나 매수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유입속도는 다소 둔화되고 있는 점도 걸리는 부분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주식형펀드로 자금유입이 본격화된 지난해 2월부터 올 4월말까지 거치식 펀드의 평균 매입지수대는 1,180선”이라면서 “향후 코스피지수가 1,200선을 밑돌 경우 점차 환매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물량을 내놓지만 않는다면 기관 투자자들 주도의 장세를 기대해볼만 하다”면서 “지수 1,200선 부근에서 지지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 등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매수규모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