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자본주의는 여전히 진화중"

■ 자본주의: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지음, 미지북스 펴냄)
자본주의 기원·산업혁명 등 경제학 이론·역사 통해 조망
"상충되는 이념들로 얽혀있어 세계경제 유동적으로 변모"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완결된 게 아니라 진화한다. 저자는 초창기부터 자본주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자본주의의 미래를 조망한다. 산업화 시대 초기 공장.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가 어떻게 등장했고 변화해왔는지 자본주의 초창기부터의 역사를 심도 있게 조망하면서 위기에 봉착한 자본주의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로버트 하일브로너(1919~2005)는 미국의 진보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경제사학자로, 이 책은 '세속의 철학자들'과 함께 그가 썼던 대표적인 양대 저서로 꼽힌다. 주류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은 기본적인 세계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경제라는 영역이 자체적인 운동 법칙을 내장한 채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전제를 공유해왔다. 자본주의를 불변의 내재적 법칙을 가진 완성된 체제로 보는 셈이다. 반면 저자는 그들과 달리 자본주의 경제의 본질을 역사 속에서 계속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나가는 존재로 본다. 이 책이 경제학 이론과 경제사(史)를 반반씩 섞어 역사를 통해 이론을 조망하고 이론을 통해 역사를 조망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설명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경제학이란 게 사회 안에 묻어들어 있고 항상 끊임없는 변화의 와중에 있다는 것. 1962년 초판이 나온 뒤 12번이나 개정됐으며 이번 책은 2007년 12번째 개정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 그동안 진행됐던 세계 자본주의의 변화와 이를 목도해온 저자의 견해 변화도 엿볼 수 있다. 애덤 스미스의 지적처럼 그간 자본주의 시장체제는 자기 조정 메커니즘을 갖고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발전돼 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경제사는 시장경제가 완결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끊임없이 노출시켰다. 특히 2008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와 성찰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기원, 새 사회계급의 출현, 산업혁명과 대공황, 뉴딜과 자본주의 황금시대 등 자본주의 역사의 전환점들이 인류의 경제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보다 보면 오늘날의 세계 경제를 만나게 된다. 저자가 시장 불완전으로 발생한 문제들, 즉 세계화,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 저발전, 생태적 과부하 등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는 배경이다.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정보 기반 사회,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이뤄지고 있는 각종 서비스의 아웃소싱과 이것이 노동과 임금구조에 미치는 의미 등도 조망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globalization) 문제 등도 다뤘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인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호황을 누리는 국가도 있지만 국가 주권의 축소, 불균등 발전, 불평등 심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자본주의가 여러 개의 상충되는 이념들로 구성돼 진화해 왔다고 역설한다. 자본주의가 경제학 교과서의 추상적이고 완결된 이론 속에 있지 않고 모순돼 보이는 여러 아이디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역사 속 수많은 문제들과 정치적·사회적 압력 등에 떠밀리면서 모습을 유동적으로 변모시켜왔다는 것. 따라서 인간적인 가치가 최고도로 실현될 수 있는 최상의 형태로 자본주의를 바꾸어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한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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