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위크' 특수 사라지나

SI여파 외국인 쇼핑객 확 줄어 화장품 매장등 썰렁
이달초보다 매출 40% 급감… 상인들 울상

골든 위크를 맞아 우리나라로 대거 쇼핑관광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던 일본 관광객들이 예상보다 적은 듯 30일 항상 일본인들로 넘치던 명동거리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돼지 인플루엔자(SI)의 공포가 골든 위크 특수까지 잡아먹나' 엔고 특수의 마지막 절정을 기대하며 시작된 골든 위크(4월 29일~5월 6일)에 SI 사태로 다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황금연휴인 골든 위크가 시작된 30일. '한국 속 재팬 타운(Japane Town)'으로 불릴 정도로 평소 일본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명동거리는 '골든 위크'라는 말을 무색케할 만큼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많은 매장은 텅텅 비어있었고 '아랏사이마세(어서오세요)'를 외치며 일본인 고객들을 끌어모으려는 상인들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일부 상인들의 입에선 "이번 주가 골든 위크가 아니라 '콜드(Cold) 위크'가 될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골든 위크의 출발은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 모습이었다. 이 같은 표정은 가장 먼저 명동 화장품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더페이스샵'과 '미샤', '에뛰드하우스' 등 그동안 엔고 특수를 톡톡히 누려왔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 매장은 한산했다. 에뛰드 명동매장 직원은 "4월초까지만 해도 일본인 고객이 너무 몰려들어 안전차원에서 1층 문을 일시적으로 닫으며 장사를 했지만 지금은 매출이 그때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 토니모리 관계자도 "이달 초에 비해 매출이 40% 가량 감소했다"며 "그동안 매출의 상당부분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차지했었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명동에서 6년째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모(48)씨는 "지난 주말 이후 외국인 쇼핑객들의 발길이 크게 뜸해진 것 같다"며 "현재 대다수 명동 상인들의 매출이 올 초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면 된다"고 귀뜸했다. 이러한 모습은 인근 남대문시장에서도 비슷했다. 남대문시장의 현대안경원 점원 이모(33)씨는 "골든 위크가 시작됐지만 오히려 지난주에 비해 일본인 손님이 줄었다"며 "생각보다 SI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주요 백화점들 상황도 비슷한 실정이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 매장은 지난 3월 춘분절 연휴와 비교해 다소 한적한 분위기였다. 명품 브랜드 '샤넬' 매장 관계자는 "어제부터 본격적인 골든 위크가 시작됐지만 매출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약 한 달 전만 해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입장할 수 있었던 루이비통 매장 관계자는 "골든 위크를 대비해 판매사원들을 대거 늘렸는데 평소보다 오히려 손님들이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화장품 '미샤' 관계자도 "외국인 고객 수가 올 1~3월에 비해 최소 30% 가량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지하 1층 식품매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평소 같으면 김치나 김을 구매하려는 일본인 관광객들로 바쁘게 움직일 때지만 쇼핑객들보다 판매사원들이 더 많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특히 백화점측이 골든위크 특수를 겨냥해 지난 27일부터 설치한 '골든위크 데이 특설코너'의 경우 김은 춘분절 연휴의 50% 수준, 김치는 최소 50~70% 가량 매출이 줄었다고 매장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국내 여행ㆍ호텔업계는 SI 공포가 더욱 확산될 경우 사실상 더 이상의 엔고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한나라관광의 관계자는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휴무가 끝나는 오는 7일부터 여행 취소가 대거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