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ㆍMBCㆍSBS 등 주요 방송사가 월드컵 출전 선수에 관한 외래어 표기법을 여전히 무시하고 있어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열린 스페인과 우크라이나의 독일 월드컵 H조 예선 경기. 방송3사 캐스터와 해설 위원들은 우크라이나의 골잡이 ‘??첸코’를 한결 같이 ‘셰브첸코’라고 발음했다. SBS는 우크라이나의 골키퍼 ‘숍콥스키’를 ‘쇼브코프스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달 25일 정부와 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한 월드컵 출전 선수 표기 방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
방송 뉴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3일 YTN은 호주에 역전패한 일본 열도의 모습을 보여주며 방송 앵커가 일본의 ‘지쿠’ 감독을 ‘지코’라고 발음했다. 12일에 방송된 MBC 9시 뉴스데스크에서도 잠시 후 10시부터는 호주와 일본이 예선 경기를 치른다며 일본의 ‘지쿠’ 감독을 ‘지코’ 감독이라고 잘못 발음했다. 지난 8일 SBS 8시 뉴스는 우리 대표팀과 가나와의 평가전 결과를 보도하며 후반35분 골을 넣은 가나 선수 ‘에시엔’을 ‘에시앙’이라고 내보냈다.
네티즌 전영필씨는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전에서 방송사의 해설위원들은 ‘호나우지뉴’를 아직도 ‘호나우디뉴’ 말하고 있었다”며 “방송에서 이렇게 엉터리로 외래어를 쓸 거면 표기법은 왜 통일했냐”고 지적했다.
현행 방송법에는 ‘방송은 표준말의 보급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언어순화에 힘써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은 국민의 언어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외국 선수의 표기와 발음 등 세세한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찬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은 “방송 등에서 외국 선수 이름을 다르게 쓸 경우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며 “처음에는 새로 정한 용어를 쓰는 게 어색할 수 있어도 방송과 교육 현장에서는 심의위원회에서 정한 표기법을 따를 의무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