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기지우(知己之友)인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박계동(朴啓東) 의원이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충돌했다.
52년생으로 동갑인 이 총리와 박 의원은 모두 70년대 중반 학생운동을 펼치다가투옥된 경험이 있고, 지난 14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에서 동반 당선되기도 했다.
박 의원이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한나라당에 입당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린 셈이다.
이날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의 첫번째 질의자로 나선 박 의원은모두에 "총리와 나는 인간적으로 30년 지기"라며 "총리가 안동교도소에서 당한 고통으로 나중에 수술을 받을 때 마음이 아팠다"며 총리와의 우정을 공개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어 "공(公)은 공이고 사(私)는 사"라고 덧붙인 뒤 날카로운공세를 펼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먼저 `건교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지원단'에서 마련한 `지역별 공공기관 이전계획안'이라는 문서를 공개하고, "180개 이전 대상 공공기관중 충청권 70개,영남권 53개로 지역별로 편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이 총리가 한 모임에서 `여당이 결정하면 한나라당이 쫓아오게 돼있다'라고 말했다는 언론보도를 소개하며 발언의 경위를 추궁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충청권의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는 만큼 공공기관이전대상 지역이 아니며 충청권에 70개 기관이 간다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왜 논리를 전개하는가"라고 맞받아쳤다.
이 총리는 또 자신이 `여당이 결정하면 한나라당이 쫓아오게 돼 있다'라고 발언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며, 그런 보도도 처음 봤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이 총리는 박 의원이 `신행정수도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도시건설 특별법'을 `수도분할법'이라고 줄여말하자 "왜 그 법 이름이 수도분할법이냐, 법 명칭은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 총리의 역공에 기분이 상한 듯 "수도분할하는 내용이 담겨있으니까 수도분할 법이다"며 "총리는 그 법의 정확한 명칭을 아느냐"고 다그쳤다.
박 의원은 이 총리가 더듬거리며 정식 법 명칭을 말하자 "특별법 제목에 `행정도시'가 도대체 얼마나 들어가나"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박 의원이 30년 지기인 이 총리를 공격한 데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지난해 10월대정부 질문 당시 벌어진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 총리가 한나라당 폄하발언을 한 직후 질의자로 나섰지만, 이 총리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일부 의원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