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와 실명제/최창환 기자·정경부(기자의 눈)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가 저물어가고 있다.문민정부에 대한 기대, 강력한 개혁정책으로 취임 초 김대통령의 국민적지지도는 90%를 웃돌았다. 개혁드라이브의 부작용, 현철씨의 구속 등으로 김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고 김대통령은 이제 영욕의 5년을 마감해가고 있다. 『김대통령의 인기는 떨어졌지만 그의 업적은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다.』 비판론자들도 김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고 있고 특히 금융실명제를 후세가 평가해 줄 최대업적으로 꼽고있다. 누구도 관철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김대통령의 결단과 강력한 추진력, 정경유착을 탈피코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믿고있다. 실명제가 끊임없는 공격을 받으면서도 가냘픈 뿌리를 내린 것도 김대통령이 항상 실명제를 지키는 최후의 파수꾼역을 자임했기 때문이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지난 3월 취임일성으로 금융실명제의 보완을 외쳤을 때 김대통령은 『실명제의 기본골격을 건드리면 안된다』고 못박아 보완논의를 계기로 실명제를 무력화하려는 세력을 잠재웠다. 김대통령이 이처럼 국민들과 함께 만들고 5년간 지켜온 실명제는 지금 존립근거인 비밀보호조항이 무력화돼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신한국당은 실명거래 금융계좌를 폭로하고 실명제를 지켜야 할 재경원은 눈치만 보고 있고 금융감독당국은 자료를 누설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대통령의 측근 「식솔」들이 실명제 훼손과 연루돼 있는 결과인 것이다. 신한국당은 부정부패척결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적다. 실명제가 무력화되면 도·차명 거래를 통해 부정부패에 기인한 검은 돈이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 때문이다. 실명제에 가장 큰 애정을 가진 김대통령이 본인의 치적이자 국민들의 재산인 실명제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야만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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