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우리 최대의 적은 경쟁사가 아닌, 현실에 안주하는 내부의 타성임을 자각해야 한다”면서 “다시 한번 대도약의 전환기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그룹 임직원의 분발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특히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무한경쟁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건 아닌지 하루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이례적으로 털어놓아 그룹 차원의 미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회장은 9일 그룹 창립 54주년을 맞아 발표한 기념사에서 “요즘 그룹의 미래 행보와 변화의 움직임을 보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은 남들보다 한걸음 더 앞서 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며 일류 한화의 미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회장이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한화그룹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인 끝에 재무적으로 안정됐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는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년 전 각 사별 중장기 비전 수립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회사는 정리하겠다고까지 밝힌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동안 각 사에서는 절박한 위기의식에 동참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실천해왔는지 냉정하게 반문해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내 경쟁사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업계 2위 유지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생명 또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반성했다. 김 회장은 이날 강도 높게 한화그룹의 부진을 일일이 적시한 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인재 확보와 양성 ▲글로벌 경영과 시너지 창출 ▲일류 성장동력 발굴 등 3대 방향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각 사의 성장동력이 될 핵심 인재들이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데려오고 반드시 우리 한화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사장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줘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그룹의 백년대계를 새로이 수립한다는 각오로 해외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그룹사간 상호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류 성장동력 발굴에 대해 김 회장은 “지난 세기 비교적 경쟁이 적은 업종 위주로 성장해와 쉽고 편한 장사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진단하고 “미래 생존 차원에서 기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면밀히 재분석하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