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비스업의 성장이 제조업을 능가했다고 한다. 지난 2012년 한해 동안 2.4% 성장해 2.2%에 그친 제조업을 제쳤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의 성장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내수 규모가 작은 여건에서 소비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도 서비스업에 있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각료와 경제4단체장, 민간 경제전문가들과 장장 9시간45분에 걸쳐 끝장토론을 한 뒤의 결론도 내수진작을 위한 서비스업 활성화였다.
문제는 성장의 질에 있다. 서비스업이 발달한 미국ㆍ영국같이 금융이나 지식기반 서비스의 비중은 극히 낮고 70% 이상을 자영업이 차지하는 구조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구조조정에서 밀려나 어쩔 수 없는 생계형 자영업에 나서는 현실이다. 더욱이 50대 자영업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 40대를 추월했다는 점은 은퇴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생활전선에 나서야 하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취업난과 일자리 불안이 서비스업 성장의 밑에 깔려 있는 셈이다.
성장엔진인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밀려나고 있다는 점 역시 치명적이다. 제조업 성장속도가 서비스업에 밀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을 제외하면 2001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수출로 먹고 사는 경제구조에서 11년 만에 닥친 위기의 전조에 다름 아니다. 설비투자 동향에 미뤄 제조업이 활황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부와 차기 정권은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포퓰리즘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경제민주화와 제조업 부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미국과 유럽ㆍ일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제조업 부진에 따른 서비스업 성장에 대처하려면 두 가지의 동시 처방이 필요하다. 서비스 산업의 질적 고도화와 제조업 지원 강화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 자칫 후손들이 현재를 '경제를 망친 시대'로 규정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