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교복 때문에 속앓이를 하던 학부모들의 불만이 드디어 터져나왔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13일 세종로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복 원가 공개를 촉구했다.
새 학기가 다가오면서 올해도 교복 가격 거품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스마트ㆍ아이비클럽ㆍ에리트베이직 등의 브랜드 교복들은 시중에서 20만~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동복과 하복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60만원을 훌쩍 넘는다. 웬만한 신사정장 한벌 값을 웃도는 셈이다.
교복 가격이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 비용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 실제 각 대형 교복회사들은 최근 막대한 자금을 동원, 인기 연예인을 앞세운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원단과 디자인 개발 투자 때문이라고 애써 주장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부쩍 늘어난 TV와 라디오의 교복 광고들이다. 심지어 중소 제조 업체들도 “비교적 저렴한 중소업체 제품과 대기업 제품의 원단은 100% 똑같고 디자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연예인 마케팅 때문에 값이 비싸진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고 말할 정도다.
교복값이 비싸다 보니 학부모들은 교복을 싸게 사기 위해 공동구매를 하거나 신제품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값이 싼 재고상품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교복 업체들은 이마저도 “공동구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으로 가로막고 있다. 또 신제품 판매 증대를 위해 다음해에 그대로 팔아도 무방한 재고상품을 수거해 외국에 기증하는 등 ‘재고 빼돌리기’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담합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교복의 장점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옷의 차이를 없애 교육 현장에서 빈부의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학생들간 위화감을 줄이고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 바로 학교임을 알려주는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교복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연예인 따라하기’를 부추겨 그릇된 소비 습관을 조장한다면 교육 현장을 어지럽히는 ‘교복(攪服)’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화를 조장하는 기업들은 반교육적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교복 업체들은 이제 교복시장을 ‘교육적 시장’으로 볼지, 아니면 판단기준이 미약해 ‘손쉬운’ 소비자들인 학생들을 노린 상업적 ‘대박 시장’으로 볼지 선택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