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경선 돌풍… 새누리당 권력지형 바뀌나

서울 정몽준 앞서고 경기 남경필·정병국 대결로 압축
확정된 경남-홍준표·제주-원희룡 후보 등도 비박계
지방선거 본선 승리로 이어질 땐 당내 역할 커질 듯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옛 친이명박계를 포함한 비주류 인사들의 선전이 도드라지고 있다. 반면 친박근혜계 후보는 대체로 지역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본선 무대에서도 비주류의 약진이 이어질 경우 향후 당내 권력지형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에서는 비주류 출신의 정몽준 의원이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앞서는 상황이다. 친박 지도부의 지원설을 등에 업고 경선에 출마한 김 전 총리는 아직 이렇다 할 '역전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경기 지역은 친박 후보가 사실상 전멸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영선 전 의원이 '컷오프(자격심사)' 문턱을 넘는 데 실패하면서 경선 구도가 당내 쇄신파 출신인 남경필·정병국 의원 간 맞대결로 압축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서울시장),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경기지사), 김문수 현 경기지사가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출신 이력을 내세워 대권주자로 도약한 점을 감안하면 친박계가 비주류 인사들의 선전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게다가 친박 핵심 인사들이 출마한 부산·인천 지역 역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점도 큰 고민이다.

당 사무총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은 일찌감치 부산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뒤 지난 2월에는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에 대통령 특사로 다녀오는 등 적극적인 '친박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권철현 전 주일대사에 오차범위에서 밀리고 있다.

인천 역시 '친박 실세'로 불리는 유정복 의원이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학재 의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도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안 전 시장이 지역 내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유 의원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확정된 광역단체장 후보의 면면을 살펴봐도 비주류 일색이다. 원희룡 전 의원(제주), 김기현 의원(울산), 윤진식 의원(충북), 홍준표 현 경남지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참모형으로 커온 반면 비박게는 나름대로 각자도생하며 정치력을 키워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주류 인사들의 경선레이스 선전이 지방선거 본선에서도 이어질 경우 이를 도화선으로 여권의 권력구조가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권력을 손에 쥔 비주류 측이 강한 동력을 얻게 되는 반면 주류 친박계는 도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비주류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혁신연대 모임이 '당 쇄신'을 부르짖으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결국 분수령은 지방선거 후 한 달여 뒤에 치러지는 7·14 전당대회다. 현재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과 비주류 진영의 핵심인 김무성 의원의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내 계파 간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또다른 핵심 친박 인사인 최경환 원내대표의 출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서 의원과 '교통정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원로그룹·당권파·전문가출신 등으로 분화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 김 의원이 비박계의 동력을 배경으로 전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쥘 경우 친박계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될 확률이 높다. 비주류 진영의 한 재선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친박 주류 인사들이 이뤄낸 성과가 없다"며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끼리끼리' 뭉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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