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신임 회장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내부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지원부서와 임원 수 대폭 감축, 경영진 고통분담, 현장중심 경영, 합리적 인사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추락하는 KT의 실적이 언제쯤 반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KT는 27일 오전10시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황 회장 내정자를 회장으로 공식 추대했다. 임기는 2017년 정기 주총까지 3년이다.
황 회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가 어려운 시점에 회장으로 선임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글로벌 기업을 이끌어본 경험과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수행한 노하우로 1등 KT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3대 경영원칙으로 도전·융합·소통을 꼽고 이를 통해 '최고의 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융합서비스, 글로벌 시장 선도' 등을 이뤄내겠다고 자신했다.
황 회장은 통신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도전'을 강조했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품질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해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또 핵심인 통신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융합'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후 '융합'의 성공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모든 과정의 핵심으로 임직원 간 격이 없는 '소통'을 꼽았다. 소통만이 지원부서와 현장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고 현장과 실무부서가 권한을 갖고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 회장은 그러나 직원들에게 보낸 취임사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1등 KT가 되기 위한 선결과제로 '고통분담'과 '현장중심 경영'을 제시했다.
그는 "경영진이 현재 위기에 1차적 책임이 있는 만큼 지원부서를 축소해 임원 수를 대폭 줄이는 등 고통분담에 솔선수범하겠다"며 "각 부서장에게는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또 "현장에 조직과 인사, 재원이 모이는 현장중심 경영을 펼치면서 숨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합리적 인사를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 체제가 공식 출범하고 3대 경영원칙과 나아갈 방향성이 제시됨에 따라 임원진과 조직이 새롭게 개편되는 등 본격적인 내부혁신에 막이 올랐다.
설 연후 이후에는 55개 계열사에 대한 재정비 작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KT 그룹은 직원 수만 5만6,000명에 달하고 매출은 23조원을 넘는다. 황 회장은 지난해 12월16일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에서 회장으로 추천된 뒤 한 달여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KT그룹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전문가들은 황 회장이 외부의 경쟁자와 싸우기 전에 먼저 내부조직을 정비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특히 핵심사업인 통신 부문의 경쟁력 회복이 급선무다.
KT의 한 임원은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KT가 부진했던 측면이 크다"며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에서 LG유플러스와 2위 다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당장 급감하고 있는 영업이익을 반전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28일로 예정된 지난해 4·4분기 실적 발표에서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구조조정을 통한 고정비 절감에 나선다 해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수익성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동섭 SK증권 애널리스트는 "KT의 직원 수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합친 것보다 5배가량 많다"며 "KT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내부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