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신기술, 첨단공법으로 기술력을 인정 받으며 수주를 늘려가는 배경에는 국내에서의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기존에 진출한 시장에서 물량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포함해 신 시장 개척에도 모두 이 같은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1990년 4월 24일 미국의 Anderson Building System과 기술사용에 관해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그 해 6월 22일 과학기술처에 신기술 도입에 대한 승인을 얻어 DWS 공법을 개발했다. DWS 공법은 ‘DAEWOO Multi-Room Modular System’의 약칭으로 단기간 내에 고품질의 건축물을 튼튼하고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당시로는 최첨단 주택시설 시스템이었다. 기존의 판넬 공법보다 안전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15%의 공사비 절감효과까지 있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해외에 기술을 수출한 신공법이었다.
대우건설은 1995년 3월 2일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캐서린 톰슨사와 DWS 공법의 기술판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본격적인 기술 수출의 장을 열었다. 10년간 계약을 통해 대우는 연 100만달러의 라이선스 수수료와 연 300만달러의 로열티, 200만달러 상당의 디자인 수수료 등 연평균 6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보장받았다. 또한 이 계약을 계기로 미국 전역과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까지 시장진출을 확대해 나갔다.
SK건설은 국내 터널 및 지하공간건설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SK건설이 보유한 ‘분착식 다단 발파공법(Super Excellent-Cut)’은 기존 발파효율을 90% 이상 높일 수 있는 기술로, 대규모 원유 및 제품유 지하 저장시설의 설계 및 시공에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노르웨이, 일본, 호주 등지에서 이미 국제 특허를 받은 상태다. 현재 전국 100여개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인도, 싱가포르 등으로의 해외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GS건설도 세계 최장(4km) 4차선 병렬 도로터널인 사패산 터널을 굴착하는데 국내최초로 반교질상 형태인 벌크폭약을 터널 발파에 적용해 공기를 단축하고 공사비를 절감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토목, 주택 분야 등에서 첨단 기술을 국내외 공사 현장에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플랜트 분야에서의 원천 기술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중동의 수주 물량 중 핵심 기술인 기본 설계는 일본, 유럽, 미국의 일부 업체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기획팀장은 “우리 업체가 플랜트 부문에서 설계부터 제작, 운영, 관리까지 총괄하는 EPC 능력은 갖춰나가고 있지만 원천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기본 설계 분야에선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다”며 “이 부문만 해결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물량을 따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