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차 부품공장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가 미국 조지아주에 최대 3,500만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시트 생산라인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본격가동에 들어가면 현지인 350명에게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고용빈곤에 허덕이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현대다이모스의 공장 신설은 어쩌면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이뤄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사라진 마당에 국내에서 생산한다고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으로 공장이 넘어간 것은 현지 지방자치단체의 강한 유치의지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부품수송에 필요한 철도시설 건설지원도 약속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다. 걸핏하면 임금인상과 복지확대를 내걸고 파업에 나서는 우리와는 비교조차 안 된다.
현대차 해외공장이 이번이 끝이면 좋으련만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미국 조지아주지사가 최근 정몽구 회장을 만나 공장증설을 요청했고 오는 10월에는 앨라배마주지사도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에 각종 지원을 제시해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속셈이다. 노사갈등도 없고 도움까지 주겠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솔깃한 수밖에 없다.
노사대치도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 노조는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파업도 하루 4시간에서 8시간으로 강도를 높였다. 회사 측도 "생명을 건다는 심정으로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힌 상태다.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국내 일자리가 모두 외국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전체의 7.3%에 달하는 175만명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늘어난 직원 수만도 28만명이나 된다. 현대차그룹의 일자리 유출이 우리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고용가뭄이 심각하다. 이 상황에서 납득하기 힘든 파업으로 있는 일자리조차 외국에 빼앗긴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사라지고 만다. 노조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정신을 차릴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