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책 경기대응도 크지 않다"

정부 경기인식 뒤늦은 경우도 많아

경기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정부 재정정책의 경기대응도가 크지 않고 정부의 경기 인식이 뒤늦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17일 `재정정책의 경기조절 역할에대한 실증적 연구' 보고서에서 재정정책의 확정 및 긴축 정도를 보여주는 재정충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부연구위원은 "분기 또는 연간으로는 재정정책이 경기상황에 적절한 반응을보이고 있지만 경기 상승기와 하강기를 나눠보면 재정정책의 경기 대응도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이 통계청의 경기순환주기에 따라 계산한 평균적인 재정충격지수는 경기정점(1.58)에서 가장 컸고 경기저점(0.31), 경기하강기(-0.05), 경기상승기(-0.13) 등의 순이었다. 재정충격지수가 양(+)이면 재정정책이 전기에 비해 확장적이었음을, 음(-)이면전기보다 긴축적이었음을 각각 의미해 재정정책의 시점이 적절했다면 경기상승 국면에서는 재정충격지수가 음이어야 하고 하강 국면에서는 양이어야 한다. 그는 "경기정점에서 높은 재정충격지수는 경기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볼 수도 있어 긍정적이지만 경기저점에서 양의 지수는 경기대응적인 재정정책이 다소 늦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경기상승기에서 음의 지수는 바람직한 대응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경기하강기에서 음의 지수는 작은 절대값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대응적이기 보다는 순응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기하강기에 나타난 음의 지수에 대해 "경기정점의 높은 지수가 경기하강기에 들어서면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여지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거나 재정정책의 대응이 늦게 나타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재정당국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예산제안서의 내용을 분석하면 정부의 경기인식이 너무 뒤늦게 나타난 경우도 많았으며 정부의 적절한 의도가재정정책 지표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부연구위원은 하지만 "경기상황 인식에 대한 확신이 어렵고 재정정책을 평가하는 지표도 불완전하기 때문에 재정정책이 경기상황에 적절한 것이었는지를 역사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재정정책을 불확실한 거시경제적 효과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재정정책을 공공부문의 역할 수행, 재정사업의 효율적 집행,재정의 건전성 유지 등의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재정사업의 우선 순위를 조정해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현재의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은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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