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봄, 그린이 부른다] <싱글에티켓> 골프용어에 인격 묻어난다


골프가 신문, 방송 등에 등장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정확한 용어 사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이 외국어로 돼 있는 골프용어의 사용에서 문제는 발음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본 또는 국적 불명의 잘못된 용어를 아무 의식 없이 쓰는 데 있다. 한글날을 맞아 한 골퍼의 다음 ‘가상 골프일기’를 보고 자신의 용어 사용 습관은 어떤지 돌아보자. 괄호 안은 올바른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나는 오늘 박 사장 일행과 한 조가 되어 ○○칸츄리(컨트리클럽 또는 골프장) 남코스에서 라운딩(라운드)을 했다. 티업(티오프) 시간이 됐고 1번 미들홀(파 4홀)에서 힘껏 티샷을 했는데 볼은 무심하게도 쪼로(토핑)가 나고 말았다. 핸디(핸디캡) 12인 박 사장이 첫 홀이니까 몰간(멀리건)을 주겠다고 했다. 싱글(싱글핸디캐퍼)인 나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고마운 마음으로 가라스윙(빈스윙 또는 연습스윙)을 한번 한 다음 다시 샷을 했다. 결과는 보기. 두번째 숏홀(파3홀)에선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서 오른쪽 러프에 빠졌다. 가보니 라이상태(라이)가 좋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페어웨이 중앙으로 레이아웃(레이업)을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샷. 그린을 향해 똑바로 날아간 볼이 조금 짧아 빵카(벙커)에 떨어졌다. 웨지 대신 빠따(퍼터)로 쳤는데 홀컵(홀 또는 컵)을 너무 지나가 따블(더블보기)을 했다. 첫 롱홀(파5홀)인 5번홀에서는 첫 버디를 잡았고 이어진 6번홀에서는 파 퍼팅이 약간 짧았지만 박 사장이 OK(컨시드)를 줘서 파를 기록했다. 8번홀에서 박 사장의 티샷이 심하게 왼쪽으로 당겨져 옆 홀 쪽으로 가기에 우리 일행은 큰소리로 “볼(포어)!”를 외쳤다. OB가 나고 말아 결국 6온 3빠따(퍼트 또는 퍼팅)로 겨우 양파(더블파)는 면했지만 박 사장은 에바(쿼드류플보기)를 하고 말았다. 9번 숏홀에서는 티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언니(캐디)가 봐준 라이(퍼팅 라인)대로 하지 않아 아깝게 버디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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