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가운데 동북아시아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항만시설 확충과 함께 다국적 물류기업 유치 등 소프트웨어 구축을 통해 부산ㆍ광양항이 동북아 허브항만의 고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입니다.”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은 참여정부가 내건 핵심 정책과제인 동북아 물류중심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항만의 허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 장관은 “허브화를 위해서는 항만시설과 배후단지 조성과 같은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국적 물류기업 유치와 물류전문인력의 육성 여부에 허브화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허 장관은 “연내에 국제물류 촉진을 위한 법ㆍ제도 개선을 끝내고 내년부터는 다국적 물류기업 유치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장관은 또 2007년부터 항만배후단지를 단계적으로 준공, 물류기업을 입주시킴으로써 2011년 이곳에 국제물류 클러스터를 정착시켜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장관에 취임하신지 110여일이 지났는데 해양수산행정의 수장으로 현장을 둘러보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해양수산부의 업무는 해운, 항만, 수산 등 현장중심의 업무가 대부분이어서 현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장관 부임이후 열흘에 한번꼴로 해양수산 현장을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왔습니다. 현장을 다니면서 보니까 해양수산부 업무가 국민의 생활과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중앙행정이 지방에까지 잘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적극적인 현장중심의 행정을 통해 해양수산 정책이 국가발전의 핵심 역할을 하도록 심혈을 기울여 나갈 생각입니다. -참여정부가 동북아 물류중심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에서 보듯이 우리 항만의 경쟁력은 취약합니다. 동북아 중심항만 선점경쟁에서 부산, 광양항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국제물류 거점 구축의 관건은 다국적 물류기업 유치와 전문인력 확보 등 소프트웨어 입니다.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해양부는 연말까지 외국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대상 투자규모를 3,000만달러에서 500만달러로 확대하고 배후단지내 가공ㆍ조립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을 끝낼 생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다국적 기업 유치를 위한 세일즈 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국제물류대학원을 설치해 물류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외국 유학생 유치ㆍ교류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부산항의 경쟁항인 상해항이 의욕적으로 항만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허브항의 관건인 환적화물 유치에 대한 복안이 있으신지요. ▲부산항 환적물동량의 50% 이상이 중국 수출입화물인 상황에서 상하이항의 대규모 시설확충 추진은 부산항에 위협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는 현재 40%선인 환적화물 비중을 2011년에는 55%까지 높여 동북아 중심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2011년까지 부산신항 30선석(컨테이너 처리능력 804만TEU), 광양항 33선석(933만TEU)을 추가로 건설해 늘어나는 물동량을 원활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상하이신항만 1단계(5선석) 개장에 대응, 부산신항 3선석을 2006년 1월 조기 개장해 우위를 선점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광양항도 올해안에 4선석을 추가 건설하여 총 12선석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항만이 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재 20%인 부산항 환적화물 입항료 감면 폭을 7월부터는 50%로 확대하고 광양항에 대해서도 컨테이너화물 입항료 감면률을 현행 80%에서 100%로 늘릴 생각입니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이 되려면 많은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부산신항과 광양항에 다국적 물류기업 유치방안은 어떤게 있습니까. ▲다국적 물류기업의 유치는 동북아물류중심화의 핵심과제입니다. 해양부는 광양항은 2011년까지, 부산신항은 2013년까지 총 232만평의 항만배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며 우선적으로 2007년까지 부산신항에 22만평, 광양항에 59만평의 배후단지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들 배후단지에 글로벌 물류기업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단순환적 개념에서 탈피해 가공ㆍ조립을 통한 재수출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국제물류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올해 말까지 다국적 물류기업 유치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내년부터는 다국적 물류기업 유치협상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 다국적 물류기업유치 협상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국제물류촉진제도를 도입하여 실효성 있는 조세ㆍ임대료 감면 등 인센티브와 전담 행정지원체계를 갖추어 나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4개 뿐인 다국적 물류기업을 2008년 20개, 2011년 50개로 늘려나갈 방침입니다. -우리의 원양어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어업쿼타를 어떻게 늘릴 생각이십니까. ▲최근들어 어획쿼터 배분방식이 정부쿼터에서 민간쿼터로 점차 이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합작쿼터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쿼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합작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이를 측면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와 고위급ㆍ실무급 회담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등 외교접촉을 통해 명태쿼터를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고 페루, 나미비아 등 주요 연안국과의 어업협정 및 수산약정 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실규모가 커지고 있는 일선수협 경영정상화방안은 마련됐습니까.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전국 97개 일선 수협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실시한 결과, 2, 3등급 판정을 받은 조합에 대해서는 경영개선자금 지원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나가되 경영개선이행약정(MOU)을 체결하여 강도 높은 자체 구조조정을 확실히 이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4등급 13개 조합에 대해서는 우선 자구계획을 제출 받아 `경영평가위원회`에서 그 타당성과 회생가능성을 평가한 후 최종 처리방침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구조조정을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임시국회에서 수협구조개선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새만금 사업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습니다. 새만금에 대한 해양부의 입장은 무엇인지요.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가 하는 것 보다는 앞으로 들어갈 비용의 경제성을 따져보는 것입니다. 현재도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농지로 쓴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것이고 산업단지로 쓰는 것도 군장ㆍ대불 등 인근의 산업단지가 텅텅비어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번 강행한 뒤 잘못되면 이를 되돌리는데는 엄청난 비용이 수반됩니다. 따라서 개발지의 이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새만금 사업은 해수를 유통하면서 2~3년간 경과를 지켜보면서 환경친화적인 개발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요즘 개혁세력 구축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만 공무원에게 있어서 개혁이라는 것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행정을 하자는 것이고 그러자면 당연히 공무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아직도 공직사회는 자율과 책임이 정착되지 않아 위만 쳐다보는 공무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공무원들이 자기 소관사항은 자기 책임하에 스스로 해결토록 풍토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 발자취 허성관 장관은 경제학, 경영학, 회계학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알고 있으며 그 동안 한국 회계학계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전공분야 외에 동양고전문학, 역사 등 인문학 분야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신문을 대학에서 강의교재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하는 등 이론과 현실을 동시에 학생 등에게 강의하는 교수였다. 특히 연구소, 경제신문, 한국은행 등이 발간한 자료를 편저한 `경영과 현실`은 학생들이 현실경제와 경영을 이해할 수 있는 교재로서 여러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다. 허 장관은 기업의 이익예측과 자본시장에서 회계정보의 역할에 관한 연구분야를 우리나라에서 개척한 학자이기도 하다. 허성관 교수의 강의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힘들지만 졸업 후에는 그야말로 도움이 되는 강의로 알려져 있다. 혹독하고 무서운 선생이지만 제자들의 결혼주례를 가장 많이 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항상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하는 개혁적인 학자이기도 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1분과 위원으로 일할 때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과 친화적으로 업무추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향은 마산이지만 광주에서 초ㆍ중ㆍ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부산에서 다닌 탓으로 영ㆍ호남을 아우르는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취임이후 줄곧 현장위주의 행정을 강조해 오고 있다. 해운, 항만, 수산업 등 현장위주의 업무가 대부분이어서 10일에 한번꼴로 현장을 방문하여 어업인ㆍ업계ㆍ단체와의 간담회 등을 통하여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해 왔다. 허 장관을 옆에서 본 사람들은 매우 소탈하면서도 대범하고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 장관에게는 동북아 물류중심 구축과 부산항만공사 설립, 일선수협의 경영정상화, 불법어업 근절, 근해어업의 조업구역분쟁 조정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약력 ▲47년 경남 마산 출생 ▲70년 동아대 상학과 ▲82년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학석사 ▲86년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학박사 ▲85년 뉴욕시립대 조교수 ▲88년 동아대 교수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위원 ■ 내가 본 허성관 장관 방희석 중앙대 상경학부 교수 허성관 장관의 동료교수들은 한결같이 그가 학문적 열정이 높으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도를 걸어가는 학자라고 평한다. 또 사사로운 욕심이 없고 인간미가 넘쳐 그의 주변에는 늘 후배교수들과 제자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내가 허 장관을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장관이 되고난 후 광주의 TV방송사가 주최한 생방송 정책프로그램에서였다. 그 뒤 서울에서 열린 정책심층분석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하고 몇차례 공ㆍ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명불허전(名不虛傳)임을 느낄 수 있었다. 업무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고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 장관으로서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해양분야의 현황을 꿰뚫고 있었으며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짚고 있었다. 최근 언론기관의 장관평가에서 허 장관이 국무위원 중 4위를 차지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확인한 셈이다.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의 평가도 나와 다르지 않다. 업무파악능력이 뛰어나고 판단력이 빠르다고 한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농담도 곁들이며 편안하게 분위기를 이끌지만 결단이 필요할 때에는 단호한 면을 보여주어 직원들이 믿고 따르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이스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라고 했다. 나는 그가 지도력과 영향력의 기본원리를 잘 이해하면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기본이 흔들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있는 21세기 해양시대, 나는 허 장관 같은 분이 해양수산부를 맡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선한 의지와 도덕성, 그리고 원칙이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해양수산분야 발전에 초석을 닦고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실현해 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소신과 추진력이 있는 분이 오래도록 장관을 맡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다시 대학으로 돌아갈 때 모두가 자랑스런 해양수산인으로서 그를 기억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대담=윤종열 사회부장, 정리=오철수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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