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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양곤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핀마빈 산업공단에 위치한 미얀마포스코 공장. 이곳에서는 포스코가 생산한 냉연강판을 가져와 아연도금 등 가공을 한 뒤 절단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공장에서 생산한 아연도금강판은 우기가 긴 미얀마에서 함석지붕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한 미얀마포스코는 미얀마 아연도금강판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먼저 진출한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선두 업체로 올라섰다. 김창규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미얀마 진출 이후 대대적인 품질 향상과 명품 마케팅 전략으로 경쟁업체 대비 절대우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동시에 투명경영과 성실한 납세로 미얀마에서 모범적인 외국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가 경제제재 해제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미얀마는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 조치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민간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인 개혁ㆍ개방 정책이 시행되며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미얀마로 진출하는 등 동남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국내 기업 미얀마 진출 러시=대한항공이 지난해 9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인천~양곤 직항편은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다. 예약도 3개월 뒤까지 다 찼을 정도다. 이처럼 최근 미얀마에는 사업기회를 타진하려는 국내 기업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기업 가운데 사업규모가 가장 큰 곳은 대우인터내셔널로 올해 중반부터 미얀마 가스전에서 본격적인 가스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향후 25~30년간 미얀마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중국국영석유공사(CNUOC)에 전량 판매해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 국내 업체로는 2000년대 들어 최초로 미얀마 정부로부터 정식 지사 설립허가를 받아 운영 중이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양곤 지역 부동산 시장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현지 파트너사와 양곤 시내 중심에 고급 주택 및 오피스타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은 지난해 미얀마 현지사무소를 열고 물류와 극장 체인, 사료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미얀마에서 베이커리 사업과 패스트푸드 사업 등을 준비 중이다.
기업은행ㆍ하나은행 등 금융업계도 미얀마에 주재원을 파견하거나 현지사무소를 내고 합작은행 설립 등 현지 진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봉제업계의 미얀마 진출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미얀마에는 60여개의 국내 봉제업체가 진출해 5만여명의 현지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봉제업체 관계자는 "미얀마 근로자의 인건비는 월평균 90~100달러 정도로 인근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저렴한데다 손재주도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풍부한 자원과 거대시장이 장점…열악한 인프라는 유의해야=미얀마의 투자 매력으로는 우선 풍부한 천연자원을 들 수 있다. 미얀마는 '동남아 천연자원의 마지막 보고'로 꼽히지만 부족한 기술과 자본, 열악한 인프라 등으로 상당 부분이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다. 미얀마에는 천연가스ㆍ석유 등 에너지 자원은 물론 구리ㆍ아연ㆍ주석ㆍ텅스텐ㆍ니켈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또 사파이어ㆍ루비 등 보석이 유명해 세계 3대 보석산지로 꼽히며 고급 목재인 티크 보유량이 전세계의 70%에 달할 정도로 산림 자원도 풍부하다.
우수하면서도 값싼 노동력과 지리적 이점도 돋보인다. 미얀마의 인구는 6,000만명에 달해 인력풀이 넓고 상대적으로 기초 교육여건이 양호해 양질의 저임 노동력이 풍부하다. 또 거대시장인 중국ㆍ인도와 국경을 접한 지리적 위치 역시 미얀마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와 미얀마 정부의 개혁ㆍ개방 정책이 더해지며 투자여건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순차적으로 미얀마에 대한 투자와 금융거래 금지, 미얀마산 상품에 대한 수입금지를 완화하는 등 경제제재를 풀었다. 미얀마 정부도 지난해 11월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해 법인세 면제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외국기업이 현지에서 번 이익을 본국으로 보내는 과실송금을 허용했다.
정영화 KOTRA 신흥시장팀장은 "그동안 미얀마는 오랜 경제제재로 발전이 더뎠지만 지난해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며 아시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거대시장의 빗장이 열리고 있다"면서 "석탄ㆍ니켈ㆍ구리 등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전략광물이 풍부한 점도 미얀마가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열악한 인프라와 오랜 군부 집권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는 미얀마 투자시 유의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특히 만성적인 전력 부족과 철도ㆍ도로 노후화에 따른 수송 애로 등은 당분간 기업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