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의 어머니는 북측의 아들이 차려준 생일상을 받고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제14차 이산가족 특별상봉 둘째 날인 29일 김영남(45)씨는 어머니 최계월(82)씨에게 팔순상을 차려 못다한 효도를 대신했다. 김씨는 이날 금강산호텔에서 최씨에게 잉어ㆍ털게ㆍ신선로ㆍ토종닭 등으로 북한식 팔순상을 대접했다.
어머니 최씨는 오후1시10분께 아들 김씨가 오전에 선물한 휠체어를 타고 방에 들어섰다. 김씨는 어머니에게 “아들 때문에 고생 많이 했을 텐데, 60돌 70돌 생일도 제대로 못 차려드리고 해서 80돌 생일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며 28년의 세월을 속죄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북한산 백로술 한잔을 따르며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80돌 아니라 90돌, 100돌까지 건강하시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난 어머니는 끝내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흘렸다. 곁에 서 있던 손녀 은경(일명 혜경)양도 전날 쏟아낸 눈물이 마르지 않았는지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훔쳤다.
영남씨는 어머니 최씨를 위해 귀한 선물들을 준비했다. 먼저 90년 된 산삼을 선물하며 “어머니 이거, 건강하시라고 제가 마련한 산삼인데 90년 짜리야. 꼭 잡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라고 말했다. 산삼이 든 나무상자에는 ‘조선산삼 조선평양’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들은 또 비단 옷감상자를 열어 보이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다. 비단인데…”라며 선물을 건넸다.
은경양과 철봉군은 고려청자기법으로 만든 도자기 세트를 들고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이날 오전 개별상봉 때 김씨가 어머니 최씨에게 선물한 휠체어는 ‘Dr.K’라는 미국제 브랜드였다. 아들과 손주로부터 선물을 받은 최씨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 좋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눈물을 닦았다.
한편 김영남씨는 이날 오후4시부터 30분간 금강산호텔 남측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납북 경위와 요코다 메구미 유골의 진위 여부, 고향 방문 의향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