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지난 2일 사업구조 개편으로 새로 출범한 농협보험에 대해 신상품 출시를 당분간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 시작하는 금융회사가 무리하게 신상품을 내놓다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지난해 대형 전산사고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5일 "최근 독립한 농협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품의 판매를 미루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이 미흡한 상태에서 상품을 팔았다가 만에 하나 사고가 발행해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후 특히 보험 부분에서 의욕적으로 출발하려던 농협의 계획은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농협보험은 2일 농협이 '1중앙회ㆍ2지주회사'체제로 개편되면서 기존의 공제사업에서 보험사업으로 전환됐다.
금융감독원은 1월부터 농협에 검사인력을 투입해 전산시스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또 공제사업 당시 판매했던 상품에 대해서도 보험으로 전환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판매를 잠정 연기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 지난해 4월 사상 최악의 전산망 마비 사고를 일으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기관경고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다섯 차례에 걸쳐 잦은 전산사고가 발생해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한편 농협은 현행 농협법에 따라 중앙회에서 통합 운영하고 있는 전산시스템을 오는 2015년까지 자회사별로 분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전산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오는 하반기 농협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부터 '농협지주 설립 진행사항 점검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 농협지주와 농협은행, 농협생보, 농협손보 등 신설 4개사의 설립 준비사항, 금융지주회사 법규 충족 여부, 그룹 내 전산시스템 구축 현황 등을 점검해왔다.
특히 지난해 4월 이후 전산 장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취약한 전산 부문은 금감원의 정보기술(IT) 전문 검사역을 직접 현장에 파견해 전산시스템의 정상 가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