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있다.`
톰 왓슨(53ㆍ미국)이 드라마 같은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또 한번 중년 골퍼들의 가슴을 울렸다.
왓슨은 28일 새벽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링크스(파70)에서 끝난 시니어 브리티시오픈(총상금 162만600달러)에서 막판 믿기지 않는 행운을 업고 연장전에 돌입, 시니어 투어 첫 연장승의 영광을 안았다. 이어 우승 인터뷰에서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를 분명히 미국에 두고 왔지만 내 마음 속의 그가 끝까지 나를 붙잡았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밝혀 다시 한번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선두인 칼 메이슨에 3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던 왓슨은 이날 무서운 기세로 이글1개와 버디5개를 챙기며 선두를 추격했으나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17언더파 263타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17언더파는 턴베리의 코스 레코드인 11언더파 269타를 14년 만에 경신한 성적.
그러나 선두 메이슨이 17번홀까지 19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 트로피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승 트로피와 신기록의 영광은 왓슨에게서 멀어진 듯 보였다.
하지만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메이슨이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왓슨과 동률을 이룬 것.
그는 티 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린 메이슨은 벙커 샷을 페어웨이 옆 도로에 떨궜고 이어 관중석으로 볼을 보낸 데다 4온에 성공한 뒤 2퍼트로 홀 아웃을 했다.
이제 연장전.
여전히 왓슨에게 불리했다. 왓슨은 71년 프로에 입문, PGA정규투어에서 39승ㆍ시니어투어와 국제 대회에서 각각 4승씩 거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연장전에는 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99년 시니어 투어에tj는 5전 전패의 치욕적인 기록을 냈다.
그러나 왓슨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 보기에 그친 메이슨을 제치고 시니어 투어 5승째를 챙겼다. 왓슨은 “운명 같은 것을 느낀다. 대회 기간동안 6㎙ 이상 되는 퍼팅 10개를 성공시켰을 때와 마지막 라운드 10번홀에서 샌드웨지로 이글을 낚았을 때 나는 브루스가 함께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3년 왓슨의 캐디가 된 에드워즈는 잠시 그레그 노먼을 돕기도 했으나 곧 왓슨에게 돌아가 82년 US오픈 역전승을 비롯해 수많은 우승을 합작해 낸 사람. 올 초 루게릭 병으로 알려진 ALS(근육위축 측삭경화증)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지만 지난 6월 US오픈에서 왓슨의 백을 메고 첫날 5언더파 65타로 공동 선두에 오르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