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4월8일] 앙시앵레짐 & 평등과세
권홍우
장관이 잘렸다. 귀족과 성직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재산을 지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787년 4월8일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재정총감 알렉상드르 칼론(Alexandre Calonne)이 도중하차한 이유는 세금 때문. 막대한 재산을 갖고 있는 성직자(제1 신분)와 귀족(제2 신분)에게 세금을 물리려다 쫓겨났다. 재정ㆍ세제 개혁안의 골자는 특권계급에 대한 면세혜택 박탈과 소득및 토지보유 규모에 따른 세금체계 도입. 2,700만 인구 중 50만명에 불과한 특권층은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각종 의무를 면제받고 있었다.
자신도 귀족이었던 칼론이 과세라는 칼을 든 것은 재정난에 따른 고육지책. 연간 세입이 5억리브르인 형편에 미국 독립전쟁 지원(20억리브르)과 왕실의 사치로 45억리브르의 채무를 안게 된 상황에서도 특권신분은 과세에 강하게 반발, 개혁의 주역인 재정총감을 내쳤다.
중농주의 학자 출신인 튀르고와 스위스 태생 은행가 네케르에 이어 칼론까지, 개혁을 추진했던 역대 재정총감을 차례로 몰아낸 특권신분은 득의만만했다. 거칠게 없었으니까. 부담을 지우려는 관료는 자르면 그만이었다.
기득권은 오래가지 않았다. 재정난과 물가 오름세에 지친 민중이 ‘빵을 달라’며 시작한 소요가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칼론을 쫓아낸 지 2년3개월 만에 바스티유 감옥이 습격당한 후 특권신분은 과세 평등, 특권 포기를 스스로 선언했으나 사태는 돌이킬 수 없었다.
혁명의 불길은 전국으로 번지고 국왕 루이 16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특권신분의 대부분도 마찬가지 최후를 맞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기득권, 앙시앵레짐(Ancien Regimeㆍ구체제)은 이렇게 무너졌다. 조세정의를 거부하려다.
입력시간 : 2006/04/07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