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홈플러스도 시장 도전장
택배·의약품 판매로 영역 확장… 소자본·매출 안정 '창업 1순위'
"1인가구 늘며 성장 탄력받을 것"
# 직장인 이준영(35)씨는 출근 전 편의점에서 커피를 구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회의가 몰려 점심시간이 마땅하지 않을 때는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간식으로 팝콘과 삼각김밥을 구입한다. 회식이 있는 날에는 부서원들을 위해 인근 편의점에 들러 숙취해소음료를 사놓는 것도 이씨의 주된 일과다.
퇴근 후에도 이씨의 편의점 사랑은 계속된다. 미리 주문했던 택배 상자를 찾고 아파트 관리비와 휴대폰 요금도 편의점에서 납부한다. 몸살 기운이 있는 아내를 위해 감기약을 사러 찾는 곳도 집 근처 편의점이다. 얼마 전에는 와이셔츠와 속옷도 편의점에서 구입했다. 이씨는 "어렸을 때만 해도 편의점은 24시간 문을 여는 담배 가게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동네 백화점이 됐다"며 "제휴카드와 할인행사를 활용하면 오히려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저렴한 상품도 많아 장을 보러 일일이 나가는 번거로움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3만개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담배와 과자에 주력했던 동네 슈퍼마켓의 자리를 이어받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생활 만물상'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1989년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편의점은 25년 만에 3만개점으로 늘어나 이제는 매일 900만명이 방문하는 복합생활거점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4개사가 주도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최근 5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도 17%에 달한다. 경기침체로 백화점 성장률이 한 자릿수 성장률에 머물고 대형마트 매출이 뒷걸음질을 치는 것에 비하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위드미(신세계)와 365플러스(홈플러스)까지 편의점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면서 주도권 경쟁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중소 편의점업체인 씨스페이스·이가마트·개그스토리까지 포함하면 편의점 점포는 향후 7만개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 편의점의 매장 면적은 평균 73㎡(약 22평) 안팎이다. 하지만 편의점은 이제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 한국인이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동네 백화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택배 배송으로 시작한 편의점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공과금·통신요금 수납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응급의약품 판매로 영역을 넓혔다. 기존에 은행, 약국, 휴대폰 대리점이 담당했던 영역을 편의점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편의점은 규모와 통계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7년 2,000개를 돌파한 편의점은 2001년 3,000개를 넘어섰고 2007년 1만개를 기록했다. 편의점 점포 1개당 인구 비중에서도 일본과 미국이 각각 2,300여명과 2,100여명인 반면 한국은 1,680명당 1개 꼴이다. 산간벽지가 아닌 이상 전국 232개 시군구 어디에서든 편의점을 만나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장(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한국에서 편의점이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 국민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와 편리함을 중시하는 속성이 가장 컸다"며 "주요 고객층을 20~30 세대가 차지하면서 편의점은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유통산업에서 앞으로 중요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의 가파른 성장세는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익도 덩달아 커지는 편의점 고유의 영업 방식 영향도 크다. 기본적으로 본사가 가맹점을 모집하는 프랜차이즈 형태이지만 수익을 일정 비율로 공유하는 방식이기에 일선 점포의 실적이 일정 수준 이상 뒷받침되어야만 본사도 수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수익률이 높지는 않지만 꾸준히 매출을 거둘 수 있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대표주자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한국인의 일상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알뜰폰(MVNO)을 판매하고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출시하는 등 편의점을 기반으로 한 유통 서비스의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역할이 단순한 소매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역할을 대신하고 문화생활의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1인 가구와 싱글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비춰 보면 편의점이 경제와 문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바로미터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편의점은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유통 창구이자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소비 행태의 집합체"라며 "편의점을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편의점 불패 신화'는 대한민국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