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청이 법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무조사가 예년 대비 강도는 훨씬 세지고 대상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국세청은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세무조사를 과도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세무조사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조세 불복도 덩달아 늘어났다. 다만 5,000건이 넘는 과세 불복행위가 있었지만 실제 받아들여진 경우는 4건 중 1건에 불과했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5,128건의 법인 세무조사를 통해 6조6,128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는 전년도 4,549건, 추징액 4조9,377억원 대비 세무조사 건수는 12.7%, 추징액은 33.9%나 늘어난 것이다. 직전 5년(2008~2012년) 평균 4,102건, 3조5,328억원에 비해서도 각각 25.0%, 87.1% 급증했다.
연도별 법인 세무조사 현황을 보면 2008년(2,974건, 2조6,590억원), 2009년(3,867건, 2조735억원), 2010년(4,440건, 3조5,501억원), 2011년(4,689건, 4조4,438건) 등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상장사에 대한 세무조사 강도가 셌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세무조사로 세금을 추징당했다고 공시한 기업의 수는 23개, 추징액은 1조117억원으로 나타났다. 세무조사 추징액 공시가 시작된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2006년 이후 2012년까지 7년 동안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공시한 기업이 총 86개, 추징액이 2조1,105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상장사에 대한 세무조사 강도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준다.
박원석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대기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강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국세청이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이 제기됐던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3,652억원을, OCI에 대해 3,084억원을 추징하는 등 고액 추징액이 포함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회사 이외에 동부하이텍 778억원, 동아에스티 646억원, 한일이화 547억원, 코오롱글로벌 393억원 등 고액 추징사례가 다수 있었다.
한편 조세 불복 절차 중 국세청이 처분하는 '이의신청(세무서 제기)'과 '심사청구(본청 제기)'의 인용률(납세자의 조세 불복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 박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 받은 연도별 조세 불복 현황에 따르면 이의신청은 2010년 29.1%에서 지난해 24.1%, 올해 상반기 22.7%까지 떨어졌다. 심사청구 역시 2010년 20.1%에서 지난해 22.6%, 올해 상반기 18.9%로 감소했다. 박 의원은 "조세 불복의 상당 부분이 국세청 직원의 잘못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직원에 대한 교육과 징계 등 적극적인 시정 노력이 뒤따라야 조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