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없다… 거침없는 그린 태극낭자

올 시즌 13개 대회에서 6승…상금랭킹 톱6 중 5명이 한국선수
일본골프계 태연함 속 우려의 목소리도

‘全(전미정)의 완승, 일본세 20년 만에 5연패.’

지난 3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리조트트러스트 레이디스 대회에서 전미정(29ㆍ진로재팬)이 우승을 차지한 뒤 한 일본 스포츠 전문일간지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JLPGA 투어가 최근 5개 대회 연속으로 자국 선수들이 외국인들에게 우승컵을 죄다 빼앗기면서 초상집 분위기다. ‘해외파’의 중심에는 한국 군단이 있다.

일본 그린을 누비는 태극 낭자군이 올 시즌 맹위를 떨치고 있다. 2010년과 지난해 안선주(25ㆍ투어스테이지)가 상금왕을 차지하는 등 한국세는 이미 일본 무대를 ‘접수’했지만 올해는 기세가 더욱 매섭다.

2012시즌 JLPGA 투어에서 5일 현재까지 치러진 대회는 13개. 이 가운데 6개의 우승컵은 한국 선수가 휩쓸었다. 우선 시즌 두번째 대회인 PRGR 레이디스의 이보미(24ㆍ정관장)와 이지희(33ㆍT포인트 레이디스)가 연속 우승으로 산뜻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일본 선수가 우승 맛을 보지 못한 최근 5개 대회에서 안선주, 박인비(24), 이지희, 펑샨샨(중국), 전미정이 차례로 우승상금을 챙겼다. 올 들어 일본 선수는 6승으로 반타작에도 못 미쳤다. 특히 한국군단의 이번 시즌 우승 사냥 페이스는 가장 많은 15승을 합작했던 2010년보다도 더 빠르다. 13개 대회를 치렀을 때까지 승수는 4승이었다. 20명을 훌쩍 넘는 한국군단은 신구 조화를 이루며 두터운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로인해 상금랭킹 상위 6명 중 5명이 한국선수 이름으로 채워져 있다. 상금랭킹에서 전미정(5,062만엔)과 이지희(4,152만엔) 등 중견이 각각 1, 2위를 질주 중이고 3위 안선주(4,129만엔), 5위 이보미(2,945만엔), 6위 박인비(2,827만엔) 등이 뒤를 받치고 있다. 일본 선수로는 류 리츠코(3,731만엔)가 4위에 올랐을 뿐이다.

한국세는 대부분 우승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기량과 경험을 쌓은 뒤 진출하기 때문에 즉시 우승 전력군으로 분류된다. 박인비 등 미국과 일본 투어를 오가는 선수들은 코리안파워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국군단의 무한질주 속에 일본 골프계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고바야시 히로미(49) JLPGA 회장은 “글로벌 시대 전체의 수준이 올라 있다. 분하다면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신문 스포츠호치는 “여자골프는 남자와 달리 몇 년 간 경기 수가 증가해왔지만 (외국인의 강세가 계속되면) 스폰서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한국군단은 7일 개막하는 14번째 대회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1억엔)에서 5할 승률에 도전한다. 지난해 안선주가 우승했던 대회라 더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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