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재계 불만에 귀 기울여야

재계가 이 달부터 은행권의 주 5일 근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10일 은행권의 주 5일 근무제에 대해 우체국이나 외국은행으로 거래처를 옮길 수 있다는 등 경제계의 입장을 밝히는 강경한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했다. 여론 등을 감안해 후퇴한 것으로 보이지만 재계의 불만이 만만치 않음을 살필 수 있다. 재계의 불만은 은행권의 주 5일 근무가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이에 따른 생산활동의 이완현상과 생산성 저하와 수출업무 등 대외업무의 차질 우려 등으로 집약된다. 이 같은 불만을 뒤집어 보면 경제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근무제도를 바꾸면서 주요 고객인 재계 등과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은행권이 일방적으로 밀어 붙인데 대한 서운함이 도사리고 있다. 솔직히 은행권의 주 5일 근무제 도입은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금융노사가 이를 합의한 후 한달여만에 강행했다. 고객을 위한 결정이라기 보다는 노조를 위한 조치란 재계의 불만에도 일리가 있다. 은행권이 고객의 편의를 충분히 고려했느냐고 하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지난 토요일 처음 휴무한 결과를 보면 대과 없이 지나갔으나 시정해야 할 점이 많이 나타나 은행권의 준비부족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렇다고 은행권 주 5일 근무제를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주 5일 근무가 세계적인 흐름이다. 재계도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반대의 의사를 보다 분명히 하고 강행할 경우에 대비해 요구 조건을 제시했어야 했다. 이제 와서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등의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 보다는 고객을 위한 제반 편의조치를 충분히 취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은행권도 재계의 불만과 우려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지난 토요일 처음 휴무를 한 결과 홍보 등의 준비 부족으로 많은 고객이 불편을 겪었다. 전체 점포의 16%가 문을 열었다고 하지만 안내부족으로 고객들은 문을 연 거점점포 등을 찾아 헤매야 했다. 그나마 공과금을 수납하지 않았고 일부은행의 현금인출기는 병목현상에다 현금준비 부족으로 몇 만원을 찾기 위해 몇 십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 같은 불편이 계속된다면 기업인들의 우려와 불만은 커지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 5일 근무로 인한 중소기업의 임금부담 증가등 파장에 대한 우려가 높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출업체의 환차손 걱정 등은 심각하다. 은행권은 재계의 '당연한'불만과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경제계와 은행권이 서로 협조를 하는 것이 주 5일 근무제의 후유증을 최소화해 안착을 촉진,선진국 진입을 빨리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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