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유머 감각

에이브러햄 링컨이 상원후보자리를 두고 스티븐 더글라스와 대결할 때의 일화다. 더글라스가 링컨을 향해 말만 잘하는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링컨은 침착하게 “제 얼굴이 두개라구요? 그렇다면 오늘 잘생긴 얼굴을 갖고 나올걸 그랬습니다”고 응수했다. 미국 대통령들의 유머감각에 대한 일화는 수도 없이 많다. 유머와 재치를 갖추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필자는 수년 동안 ‘광고와 생활’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이 과목은 다른 과목과 달리 재미있을 것이라는 학생들의 기대치가 있다. 그러나 막상 강의가 계속될수록 빈자리가 늘어나고 조는 학생이 늘어나기 일쑤다. 종강 후 학생들의 평가에는 ‘재미없어 졸았다’는 지적이 빠지지 않는다. 강의, 연설, 설교, 대고객 설득 화술까지 재미는 빠져서는 안될 필수 요소다. 우리는 세미나에 참석할 경우 ‘재미나’에 참석한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재미가 없으면 세미나도 진행될 수 없다는 말이다. 재미있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저 하나의 재주가 아니라 뛰어난 능력에 속한다. 교육에서조차 학생들이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가 강조되고 있지 않은가. 매사를 재미(fun)있게 만드는 것은 유머와 위트 감각이다. 일상 속에서 우연히 순간적으로 얻어지는 해학은 우리의 심성을 윤택하게 해주는 영양제가 된다. 주변의 세상사나 자신의 체험 그 자체가 유머거리가 될 수도 있고 이를 180도 반전시켜 엉뚱한 방향으로 유머화할 수도 있다. 유머발상법을 습득하거나 유머형 인간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머가 있는 친구는 어디를 가나 요새 말로 ‘인기 짱’이다. 환자에게는 유머가 치료제이며 정치인을 풍자하는 술자리 유머는 일류 안줏감이다. 서먹서먹한 인간관계에 유머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내가 아는 모 광고회사 사장은 틈만 나면 사무실을 순시하면서 직원들에게 말을 건넨다. “자네 건달이지? (건강 달리기 선수)” “상대가 말실수하면 유머한 걸로 해석해” “손수건은 빠뜨려도 유머는 빠뜨리지 말아야지” 등 유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필자는 유머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유머를 할 줄 모르니 답답하다. 서점에 나와 있는 유머 책을 몇 권 사서 읽어보기도 했으나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사가 북한 근로자의 생활을 ‘락천적’이고 다정다감하게 만들기 위해 발간한 ‘세계의 유모아’ 전집을 구해보면 유머감각이 살아날지 모르겠다. 유머감각이 없으면 교수도, 목사도, 의사도, 그리고 CEO도 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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