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 당국 정책대응도 딜레마통계청이 29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이 전하는 메시지는 밝지 않다.
내수의 불씨가 꺼지는 모습이 확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후 경기회복의 안전판 역할을 해오던 소비는 빠른 속도로 움츠러들 조짐이다.
생산도 증가세를 멈췄다. 건설공사 현장의 일거리도 크게 줄고 공장가동률은 다시 하강국면으로 돌아섰다. 다만 설비투자가 꿈틀대고 수출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모습이지만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 소비 급랭
지난 추석 백화점 매출이 예전만 못했다는 업계의 볼멘 목소리는 지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달의 도소매 판매증가율 2.9%는 지난해 2월 1.6% 이후 최저치다.
그동안 내수를 버텨오던 소비가 이렇게 된 데는 자동차 판매증가율이 뚝 떨어진 영향이 크다.
자동차 및 차량연료 소비증가율은 8월 전년동월 대비 21.7%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9월 들어서는 6.6%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초부터 자동차에 매기는 특별소비세를 인하해준 조치가 8월 말로 종료됨에 따라 주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장은 "주가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소비 증가세를 둔화시킨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건설 침체
건설시장도 썰렁하다. 지난달 국내 건설기성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2%가 감소해 전달의 마이너스4.9%에 비해 하락폭이 두배나 커졌다. 공공발주 공사실적이 부진한데다 민간이 발주하는 공사실적도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토목공사 실적은 일반토목과 플랜트 공사 모두 부진해 23.9%가 급감했다. 건설수주 실적도 대폭 줄었다. 건설수주는 8월 전년동월 대비 65%나 늘어나는 호조세를 보였으나 9월에는 마이너스18%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택매매시장의 한파가 건설시장에 그대로 전달되는 모습이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특히 공공 부문의 경우 주택ㆍ토지조성ㆍ관공서 등의 발주가 크게 감소해 수주가 23.4%나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성장동력 꺼지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소비와 건설시장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모습은 쉽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경기는 최근 2년 동안 소비가 끌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가계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 비율이 지난해는 70.2%나 됐다. 올들어서도 1ㆍ4분기 76.7%, 2ㆍ4분기 61.8%로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정부도 내수를 견인하기 위해 두차례나 추경을 편성하고 저금리기조를 유지해왔다. 정한영 팀장은 "만약 가계대출과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꺼질 경우 소비는 더욱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보다는 내년 경기가 더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 정책당국의 딜레마
그러나 경제정책 당국은 내수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손을 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경제를 비롯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높아진 탓이다. 금리인상을 둘러싸고 재경부와 한국은행간 설전이 오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월 산업동향에서도 소비를 중심으로 생산과 출하ㆍ공장가동률 등은 일제히 적신호를 보냈으나 한동안 주춤하던 설비투자와 동행지수ㆍ선행지수는 증가세를 나타내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러나 "수출이 소비가 꺼진 만큼을 만회해줘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비관적 시나리오에 대비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동석기자
이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