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위협하는 73세 노장 샌더스

소액기부금 1500만弗 모여
풀뿌리 지지기반 과시 돌풍
美대선 적잖은 변수로 부상

미국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는 무소속 좌파 정치인 버니 샌더스(73) 상원의원이 심상치 않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 대선가도의 척도가 되는 정치자금 모금에서 200달러 미만의 소액기부금으로 1,500만달러(약 172억원)나 거둬들이며 굳건한 '풀뿌리' 지지기반을 과시하고 있다. 수천달러에 달하는 거액기부금을 내놓는 '큰손'을 중심으로 막대한 정치자금을 확보한 공화당 유력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와 민주당의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는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풀뿌리 정서를 움직인 샌더스의 인기몰이는 부시와 클린턴이 이끄는 미 대선 레이스에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현지시간) 더힐은 젭 부시가 지난 6월 말까지 1억1,400만달러의 정치자금을 거둬들이며 대선후보 모금액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2위인 클린턴 전 장관의 모금액은 2·4분기 중 4,7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한 샌더스 의원은 약 1,500만달러로 클린턴 전 장관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모금액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클린턴 전 장관의 일방적 우위를 낙관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부시와 클린턴의 모금액 대부분은 상한선인 2,700달러를 기부한 큰손들인 반면 샌더스는 200달러 이하의 소액기부가 76%에 달한다. 샌더스는 평균 33달러라는 소액기부만으로 1,500만달러를 거둬들인 것이다. 부시 전 지사의 모금액 가운데 200달러 이하의 소액기부가 3.3%에 그친 반면 기부한도인 2,700달러를 꽉 채운 자금이 82%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클린턴 전 장관 역시 소액기부 비중은 17%에 그쳤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대선 레이스 초기의 모금액이 후보의 능력과 권력유지의 척도로 비치는 만큼 부시 등 선두주자는 일찌감치 거액을 모집해 다른 후보들을 따돌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면서도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압도적 숫자의 소액기부자들로부터의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부유층 이미지가 강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꺾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