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차한잔]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

"도심 초고층·고밀도로 재개발해야"


[CEO와 차한잔]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 "도심 초고층·고밀도로 재개발해야" 김창익 기자 window@sed.co.kr “수도권이 아니면 아파트를 짓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방은 투자 수요가 별로 없는 곳인데 너도나도 아파트를 짓자고 나서니 공급 과잉 문제가 불 보듯 뻔했습니다.” 올해 팔순을 맞는 임광수(80ㆍ사진) 임광토건 회장은 “나라에서 발주하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줄면서 5~6년 전부터 아파트 건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당시 실무진에 처음 한 말이 ‘지방에서는 수요 공급을 잘 조사해서 사업을 하라’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회장은 지난 57년 선친이 경영하던 임공무소를 물려받으면서 건설업체 경영에 처음 손을 댔다. 당시 임 회장의 나이는 29세로 30세가 채 되기도 전이었다. 임공무소는 임광토건의 전신으로 임 회장의 선친이 27년 일제 치하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건설업 면허를 취득해 설립한 건설회사다. 임 회장은 “해방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경영하는 건설업체는 ‘임공무소’ ‘마공무소’ ‘오공무소’ 등 세 군데밖에 없었다”며 “건설업에 뛰어드는 것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내 인생계획과는 달랐지만 선친이 작고하면서 이게 내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어 “스물아홉살이라는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회사를 맡았으니 책임감이 앞섰고 하나에서 열까지 직접 챙기면서 일을 배울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며 “그때부터 회사의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부실공사를 했다거나 부도를 냈다거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철칙으로 삼아 지난 50년간 임광토건을 운영해왔다”고 회고했다. 임 회장의 이 같은 경영 스타일 덕에 임광토건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수많은 건설업체들이 문을 닫는 순간에도 구조조정도 없이 버텨낼 수 있었다는 게 임 회장 측근들의 생각이다. 임 회장은 “현재 경영은 실질적으로 장남이 도맡아 하고 있다”며 “장남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할 때는 ‘하던 일에서부터 시작하라. 그래야 잘할 수 있다’고 말하고는 한다”고 신중한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주택건설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당시에 지방시장에서는 사업을 하지 않은 것도 50년 가까이 건설 현장에서 쌓아올린 노하우와 한결같이 지켜온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라’라는 경영 철칙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방 미분양 사태 속에서 지방의 중견 건설사들이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선견지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임 회장은 이어 “토목ㆍ건설경기가 동반 침체된 상황에서 이런 기준 아래 찾아낸 돌파구가 바로 골프장 등 레저사업”이라며 “청주ㆍ인천ㆍ여주 그랜드컨추리클럽에 이어 수도권 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골프장 몇 군데와 레저사업시설을 건설할 계획으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건설업계의 맏형으로서 정부에 대한 업계의 요구사항을 대변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지금은 수도권 신도시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머지않아 일본처럼 서울 도심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심 지역의 용적률을 상향조정하는 등 초고층ㆍ고밀도 방식으로 도심을 재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고쳐야 하며 번잡한 도심 도로교통망 정비도 수반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달러 약세로 국민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의 가치로 따지면 1만달러 수준도 안되는 게 지금 한국 경제의 현실”이라며 “국가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는 건설업을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 동문회장이기도 한 임 회장은 최근 총동창회관(장학빌딩) 건립을 위해 국내외 동문들로부터 ‘300억원’이라는 거금을 1년 내에 성공적으로 모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처음부터 동문들에게 학교를 위해 기부를 하라는 식으로 애교심에 호소하는 방법을 피해 기부자의 이름으로 동창회에서 기부자의 장학회를 설립, 장학생 선발과 장학금 수여를 직접 하게 하고 기부자의 흉상을 동문회관 건물 각 층에 새겨 명예를 드높여주는 식으로 실질적인 반대급부를 준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동문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경영학적인 개념을 도입한 모금활동’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아마도 50년간 최고경영자(CEO)활동을 하면서 체득한 노하우가 아닐까. 현 마포 동창회관을 헐고 새로 지어지는 이 동창회관은 동창회관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 건물이 될 것이라는 게 임 회장의 설명이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 기브 앤드 테이크·가족경영 중시 임광수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기브 앤 테이크(Give&Take)'로 대변되는 서구식 경영 마인드와 가족경영을 강조하는 우리식 감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울대 동문회관을 짓기 위한 동문 대상 모금활동 당시 기부자 이름의 장학재단 설립과 건물 내 기부자 흉상 설치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 300억원이란 거금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은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식 경영마인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 직원들을 향한 임 회장이 마음은 상당히 가족적이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는 물론 최근 토목공사 비중이 줄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마다 임 회장은 "평생 일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없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도 마음껏 일할 수 없다"며 단 한명도 직원을 내보내지 않았다. 최근엔 골프장 사업을 키우면서 토목 부문의 직원들을 골프장 사업에 재배치하는 식으로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임 회장은 "청주 등 기존 CC에서 연수를 시킨 후 새로운 사업장에 인력을 파견하는 식으로 직원을 재교육시키고 있다"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실수가 아니면 누구나 임광토건과 끝까지 간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의 이 같은 야누스적 스타일은 경영철학을 담은 사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 자신도 항상 마음에 새기고 다닌다는 임광토건의 사훈은 '인화단결, 창의개발, 책임완수'등 세가지다. 입력시간 : 2007/07/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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