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가치투자 포기했나

철도주에 몰빵… 현금 부족해 보유주식 대거 처분



저평가 우량주를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으로 유명한 워런 버핏(사진)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의 가치투자전략과 달리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철도주 몰빵 투자로 현금이 부족해지자 보유 주식을 처분한 탓이다. 특히 보험회사 트레블러스는 단 6개월만에 죄다 팔아 치웠다. 워런 버핏은 생애 최대의 베팅이라며 철도회사에 인수에 올인했지만 정작 자신은 영국계 캔디회사 인수에 불만을 품고 보유 크래프트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다. 버크셔해서웨이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ㆍ4분기 미 주식 보유현황에 따르면 버핏은 보유 중이던 제과회사 크래프트와 생활용품회사인 프록터앤갬블(P&G) 등 13개 종목에 걸쳐 보유 주식을 일부 또는 전량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579억 달러에 이르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는 3개월 새 509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 중 S&P 500지수는 3.8% 상승했다. 건강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웰포인트, 대형 지방은행인 선트러트은행, 보험회사인 트레블러스 등 4개 종목은 아예 죄다 팔아버렸다. 이중 2만7,336주의 트레블버스 주식은 지난해 3ㆍ4분기에 매입해 단 6개월만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이 비중을 축소한 종목은 크래프트 외에도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M&T은행 ▦존슨앤존슨과 P&G 등 9개 종목에 이른다. 특히 버핏은 크래프트 주식을 이 기간 중 무려 3,154만주나 줄였다. 이는 보유 주식의 23%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버핏은 크래프트의 캐드버리 인수와 냉동 피자 사업부문 매각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크래프트 주식 처분은 자신의 의사를 묵살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버핏은 지난 1월 주주총회에서 크래프트의 캐드버리 인수를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러나 크래프트 주가는 버핏의 부정적 평가와 달리 올 들어 3개월 동안 10%가량 상승했다. 만약 버핏이 크래프트 주식을 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금액으로는 305억 달러어치에 이른다. 이는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 인수대금 280억달러를 능가하는 금액이다. 버핏이 1ㆍ4분기중 비중을 늘린 종목은 ▦벡톤 디켄슨(의료장비) ▦리퍼블릭 서비스(환경) ▦아이언 마운틴(정보관리) 등 3개이지만 주식물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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