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의 양적 확대에만 치우친 우리의 주택문화는 단독주택이 설 자리를 점점 더 밀쳐내고 있다. 60~70년대만 해도 생소하게만 여겨졌던 아파트가 이제는 주택의 전형처럼 여겨지면서 주택은 단순한 공산품이 돼 가고 있다. 주택이 대중의 가장 기본적인 주거욕구만을 공통분모로 뽑아 지어지는 개성 없는 기능적 공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분당신도시 특별설계지구에 들어선 `C-11-4-12`는 공동주택 중심으로 흐르는 우리 주거문화에 대한 작은 반란이다. 거주자의 개인적 은신처라는 주택의 본질적 의미와 공간 구성의 자유분방함이 설계 곳곳에 살아있다.
2층 평슬라브 지붕 구조의 이 주택은 한옥의 전통적 구조중 `ㅁ`자형과 `ㄷ`자형에 담장형을 기본형태로 삼고 있다. 이 구조에 따라 지어지는 건물 외벽은 주택의 앞뒤에 3~5층 높이로 들어서는 연립주택과 빌라 등으로부터 거주자의 내밀한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방패막이 된다.
여러 개의 직사각형들이 중첩되는 모습의 건물 외형은 절제된 응축미를 담아내 한국적 가옥의 냄새를 풍긴다. 반면 건물의 실내를 들여다보면 산만하다고 싶을 정도로 거실과 주방, 침실, 욕실 등이 자유롭게 배치돼 있다. 외형에서는 형식미를, 내형에서는 파격미를 맛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주택의 주된 볼거리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이채로운 것은 일반 한옥구조였다면 마당이 들어섰을 건물 중앙부분에 연못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전통적 한옥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설계자의 고민이 담겨져 있다. 실내에 거실과 주방, 다용도실 등을 두고 있는 현대의 주택은 마당이 없는 실내공간만으로도 주거에 필요한 완결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마당을 둔 다는 것은 그저 전통에 대한 향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설계자는 과감히 연못을 건물 중심에 둠으로써 마치 수변공간에서 사는 듯한 효과를 냈다.
(설계자인터뷰) 이성관 한울건축 대표이사
이성관 한울건축 대표 는 전통과 현대적 건축의 접합을 시도할 수 있었던 점을 분당 주택설계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중첩되는 내부입면은 층별로 서로 다른 내부장치로 인해 깊은 공간감을 갖게 되며 이로 인해 규칙과 불규칙한 혼란이 외부로 표출돼 자유로운 변화감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
이 대표는 “혼란과 질서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어야 건축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중 어느 하나의 요소만을 강조한다면 미적 균형이 무너져 매우 단조롭거나 기괴하기만 한 구조물을 짓는데 그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표현의 절제도 중요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지나치게 미적 기교에만 치중하면 공간의 효율적인 분할이 어렵게 되고 주변의 다른 구조물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게 된다는 것. 그는 “분당 주택을 디자인할 때에도 입면상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과감하게 생략했다”며 “때로는 드러내는 것보다 숨기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난해한 건축언어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반대한다. 쉬운 건축이 아름답다는 게 그의 지론. 이번 단독주택 역시 일반인이 거주하는 주택인 만큼 어려운 건축코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한 건축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한 것이다.
그는 “지하수 위쪽 레벨의 지형적 여건으로 건물 전체가 당초의 계획보다 지상으로 한개층 정도 벗어난 점이 아쉬운 점”이라며 “하지만 그밖의 요소들은 건축적으로 최대한 완결된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을 맺었다.
(시공자 인터뷰) 구본국 ㈜건영 관리인
“주거문화의 새로운 틀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에 대한 대외적인 평가를 받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구본국 ㈜건영 회장은 이번 건축문화대상 본상 수상을 통해 주택분야에 있어서 자사의 성실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경영여건이 매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노력해준 저희 직원 들에게 이번 수상의 공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라며 수상을 공을 사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이번 분당 단독주택은 미래주택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건축설계자와 정상의 건설업체들이 참여하여 완성하게 된 국내 유일의 작품단지”라며, “단독주택 한 채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정심을 담아 시공했다”고 말했다.
분당 단독주택 시공은 건영의 주택사업 전략 트랜드 변화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파트와 같이 정형화된 공동주택 위주로만 흘러온 주택시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입주자 각각의 개성을 최대한 반영한 `다품종 소량공급주택`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
구 회장은 또 이미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공동주택 분야에서도 단독주택과 같은 실험적이고 개성있는 상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분당 건영퓨처힐에서 공급했던 빌라를 비롯해 `건영캐스빌`의 브랜드를 달고 분양했던 아파트에도 다양한 신개발 평면을 적용해 왔다”며, “이 달중 분양하는 대구ㆍ경북지역 아파트를 비롯해 향후 분양예정인 주택들에도 꾸준히 신공법과 신평면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수상을 계기로 경영정상화에도 탄력을 붙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5~6년간의 기업운영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향상에 더욱 주력해 내년 상반기 이후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모칼리 >